중앙부처 공무원도 ‘정권심판’ 선택했다
‘공무원도시’ 세종 표심
비례도 조국혁신당 1위
“세종갑은 윤석열정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유권자입니다. 이분들이 현 정부에 대해 이렇게 비판적인 평가를 했다는 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심각한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제22대 총선 세종갑 선거구에서 당선된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가 첫 번째로 내놓은 선거 평가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6만5599표(56.93%)를 얻어 4만9622표(43.06%)를 얻은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를 13.87%p 차이로 눌렀다. 이곳은 더불어민주당이 이영선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면서 후보를 내지 못해 김종민 후보와 류제화 후보가 맞대결을 펼친 지역구다.
이는 유권자 상당수가 공무원 또는 그 가족들인 세종갑 선거구 투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실제 2022년 12월 말 기준 세종시 거주 공무원의 연금가입자는 3만2533명이다. 부부공무원 수, 비혼이나 단독이주 공무원 수 등을 고려하면 세종에 거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과 그 가족 숫자는 4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절대 다수가 세종갑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세종갑 전체 유권자가 17만1472명, 투표자가 12만1921명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세종시갑 투표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71.09%였다.
세종의 또 다른 선거구인 세종을에서도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이곳에서는 강준현 민주당 후보가 4만9621표(56.19%)를 얻어 이준배 국민의힘 후보(3만3148표, 37.54%)를 큰 차이로 이겼다. 선거 기간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회 완전이전’ 공약을 들고 나왔지만 정권 심판으로 쏠린 표심을 흔들지는 못했다.
비례대표 선거결과도 야권 표심이 뚜렷했다. 갑·을 선거구 전체 투표결과를 보면 조국혁신당이 30.93%(6만3429표)를, 더불어민주연합이 25.07%(5만1415표)를 각각 얻었다. 반면 국민의미래는 29.88%(6만1264표)를 얻는 데 그쳤다.
세종정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이번 선거결과에 적잖이 동요하는 눈치다. 한 중앙부처 실장급 고위공무원은 “정부정책과 현장 공무원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고위공무원은 “세종시 선거 결과가 공무원들의 표심을 그대로 반영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담겨있다고 본다”며 “정책을 추진하는데 동력이 붙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선 공무원들도 이 같은 상황을 혼란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공무원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은 곤욕스러운 일”이라며 “쟁점이 되는 정책의 경우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