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 장악…더 단단해진 ‘이재명 체제’
22대 총선, 전권 행사하며 승리 이끌어
대선 패배 후 ‘정치적 부활’ 성공 평가
사법리스크·거대야당 책임론 변수로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을 훌쩍 넘는 당선인을 배출하면서 국회 다수당을 지켜냈다. 이재명 대표는 ‘단독 과반’ 목표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의석으로 평가받은 4년 전 총선 수준의 승리를 거두며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대선 패배 후 위기에 몰렸던 민주당을 이끌어 ‘이재명 체제’로 재편하고 정국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이재명 대표는 11일 선대위 회의에서 “총선결과는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라며 “국민의 소중한 뜻을 민주당이 전력을 다해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야 정치권 모두가 민생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민생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정권심판론’의 결과라고 하지만 민주당 압승 결과는 이 대표의 정치적 성과로 이어진다. 이 대표는 총선 공천부터 선거운동까지 사실상 전권을 행사했다. 스스로 목표로 제시한 ‘단독 과반’ 달성 여부에 본인의 정치적 운명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당 안에선 비명계의 탈당·공천 파동 등을 겪으면서도 당의 분열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서울 한 재선의원은 “공천을 두고 왈가왈부 했지만 결국 이 대표가 이끈 선거에서 대승했다”면서 “단일 선대위 체제로 전국단위 선거를 승리로 이끈 정치적 과실을 (이 대표가) 고스란히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호남 한 초선의원은 “공천이나 선거운동에서 이 대표는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했고, 유권자들은 이를 용인했다”면서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은 다음 대선까지 이 대표 원톱 체제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내 친명계가 확실한 주류로 등장하는 선거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고천에서 42.5%의 현역의원을 물갈이 했는데 비명계 인사들이 대거 교체됐다. 이 대표와 지근거리에 있던 인사들은 물론 친명계를 자처하는 초선의원이 대거 국회에 들어온다. 원내에서도 이 대표 리더십이 단단해지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치러지는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구성은 물론 8월 전당대회에서 친이재명 체제의 재등장이 유력하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 대표측에선 “8월 전당대회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비명계나 이 대표의 경쟁상대가 될 만한 중진인사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 대표의 연임을 요구하는 주장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성과만 챙기는 것은 아니다. 정부여당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주문한 표심을 민주당이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느냐로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180석의 의석을 확보하며 원내 다수당의 위치를 차지했지만 지지층의 요구를 다 수용하지는 못했다. 쟁점법안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좌절되면서 비판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조국혁신당 등 협력관계의 야당을 포함하면 법안 단독처리, 신속처리안건 지정(패스트트랙) 등이 가능한 의석이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1대 국회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과 진전된 관계설정을 끌어내지 못하면 국회 낸 갈등관계가 22대 국회에서도 재연된다는 의미다. 절대다수 의석을 갖게되는 민주당으로선 그 책임론의 한가운데 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내에선 전반기 국회를 이끌 국회의장 후보로 누구를 낙점하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 대표 측근그룹에선 윤석열정권 심판 목소리를 강하게 내온 추미애 당선인을 적임자로 꼽는다.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이태원 참사 △채상병 의혹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여사 명품백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각각에 대한 특검을 전반기 중에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독재 조기종식’ 등 선명한 야당론을 강조하고 있는 조국혁신당은 “개원 즉시 한동훈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첨예한 대립구도가 등장할 경우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가 관심이다.
무엇보다 아직 해소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 변수가 크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검사 사칭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총선 기간에도 재판에 출석하느라 선거운동을 미루거나 유튜브 영상 등으로 대체해야 했다. 압도적인 국회의석과는 무관하게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