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승’ 민주당에 보낸 경고들

‘대안 찾는’ 호남, 정당투표에서 조국혁신당 선택했다

2024-04-12 13:00:25 게재

광주 11%p 차이 … 세종·대구·부산서도 더민주연합 앞서

부산 패배 … "이재명·조국·문재인 전면 나서자 보수결집"

남아있는 ‘공천 부적격’ … 공영운·이지은 낙선, 김준혁 신승

4.10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에도 유권자들은 ‘경고 신호’를 곳곳에서 보여줬다. 거대한 정권심판론에 가려진 민주당의 ‘약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국민의힘의 부적절한 선거전략 등에 의한 ‘상대적 승리’라는 점을 보여준 대목이다.

당선 인사하는 김준혁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경기 수원정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당선인이 11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일대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의 정당 비례투표결과 광주에서 조국혁신당은 47.72%를 얻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득표율 36.26%를 11.46%p 앞섰다. 전체 비례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은 24.25%를 확보해 36.67%의 국민의미래, 26.69%의 더불어민주연합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에 휘몰아친 ‘안철수바람’을 연상케 할 정도로 호남에서 조국 바람이 불었다. 당시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지역구에서 광주 8석을 모두 확보하고 전남과 전북에서도 각각 8석, 6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호남 전체에서 3석을 얻는데 그쳤다.

전북과 전남에서 조국혁신당은 45.53%, 43.97%를 얻으며 더불어민주연합(37.63%, 39.88%)을 앞질렀다.

선거 전체에 정권심판론 바람이 불었지만 호남에서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공천파동,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민주당의 21대 국회 성적 등이 담긴 호남의 평가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광주 현장에서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조국혁신당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투표율과 비례득표율로 나타났다”면서 “대안을 찾고 있는 호남 유권자에게 민주당이 아닌 대안으로 조국혁신당이 선택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호남 투표율(광주 68.2%, 전북 67.4%, 전남 69.0%)이 전체 평균인 67.0%를 웃돌았다. 이는 2년전 지방선거에서 ‘어차피 당선은 민주당’ 인식으로 광주 투표율이 37.7%에 그친 것과 크게 구별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호남 외에도 부산, 인천, 세종에서도 조국혁신당 비례득표율이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원이 많이 사는 세종에서는 국민의미래보다도 조국혁신당 득표율이 높아 득표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낙동강 벨트의 핵심지역이면서 민주당 ‘동진 전략’의 교두보인 부산이 1석만 남기고 모두 빼앗겼다는 점 역시 민주당에 대한 경고로 읽혔다. 민주당은 부산 18석 중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4년전에 얻은 3석 중 2석을 잃은 셈이다. 투표함 뚜껑을 열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부산에서 8석 내외의 선전을 예상했다. 하지만 부산 민심은 달랐다.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민주당의 동진에 제동을 걸었다.

부산지역에서 선거운동 과정을 함께한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부산에서 해볼만한 곳까지 포함하면 8석 안팎으로 이기는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과도하게 부산지역 선전을 예상하면서 느슨해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다거나 테러를 당했을 때 서울로 헬기타고 간 이재명 대표가 자주 나타나서는 정권심판론을 외치고 국민의힘 장예찬 후보를 비난한 점, 조국 대표가 부산에 초점을 맞춰 선거운동을 하는 등의 행동들이 보수진영의 결집을 가져왔고 박빙지역에서 모두 지는 모양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정권심판론에 묻힌 각종 ‘부적격 인사들의 발언과 행보’도 민주당의 숙제로 남아있다. 낙선한 공영운 후보, 이지은 후보뿐만 아니라 당선된 김준혁 후보, 양문석 후보 등의 막말, 부동산투자, 변호사 변호 이력 등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부분은 민주당의 정체성에 어긋난 측면이 많고 앞으로 민주당의 입법활동이나 정부와 여당 견제 논리와도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준혁 후보가 민주당 전 원내대표인 박광온 의원이 다져온 경기 수원정에서 ‘대파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수정 후보에 1.73%p차이로 어렵게 이긴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양문석 후보는 10%p 이상의 격차로 이겼지만 상대가 장성민 대통령실 수석이었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양 후보에 대한 호감보다는 민주당 강세지역인 안산갑에서 정권심판론의 강한 영향력이 작동한 덕이라는 얘기다. 또 지역연고 전혀 없는 안귀령 후보 공천과 패배는 민주당 공천파동의 일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염원은 윤석열정권 못살겠다, 좀 바꿔보자 이게 너무너무 강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답을 우리가 드리지 않으면 다시 민주당에 대한 심판으로 언제든지 가버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에 국민들의 표가 쏠린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된다. 민주진영 진보진영의 강한 사람들만 간 게 아니라 상당수의 중도가 반응했던 선거였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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