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교도소 독방에서 가택연금 전환

2024-04-19 13:00:01 게재

미얀마 군부 “더위 때문”

반군공세·중국 입김 분석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가이자 정치인인 아웅산 수치(78) 미얀마 전 국가고문이 교도소 독방에서 가택연금으로 구금 상태가 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민 툰 미얀마 군부 대변인은 무더운 날씨로 인한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수치 전 고문을 가택 연금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대변인은 “날씨가 매우 덥기 때문에 아웅산 수치 뿐만 아니라 예방 조치가 필요한 모든 사람들, 특히 노인 수감자들을 열사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정은 수치 고문 가택연금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혹서기에만 일시적으로 수감 장소를 옮긴 것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현지 매체들은 전날 오전 수치 고문이 수도 네피도 교도소에서 외부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미찌마는 수치 고문과 윈 민 전 대통령이 각각 네피도 자택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군정은 섭씨 40도 안팎의 날씨를 이유로 들었지만, 일각에서는 군부가 처한 위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군정은 저항 세력의 총공세에 밀려 최근에는 태국 국경 거점 도시인 미야와디를 빼앗기는 등 수세에 몰려 있다.

미찌마는 수치 고문이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 간부 등 다른 정치범들도 풀려날 수 있다는 군부 소식통의 언급을 전했다. 수치 고문 가택연금 전환에 중국이 관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천하이 주미얀마 중국대사가 최근 군정 지도자들과 만난 것으로 전해졌으며, 그가 수치 고문을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얀마정치범단체 관계자는 “군정이 국제사회 압력은 신경 쓰지 않지만 중국은 두려워한다”면서 “수치 고문 가택연금 전환은 중국 측과의 협의 후 일어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NLD가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수치 고문은 부패 혐의 등으로 33년 형을 선고받았고, 일부 사면으로 형량이 27년으로 줄었다. 군정은 수치 고문을 독방에 가두고 변호인 접견도 금지하는 등 외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왔다.

작년 7월에도 수치 고문 가택연금 전환설이 나왔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미얀마를 방문한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전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잠시 교도소를 나왔다가 다시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치 고문은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이전 군정 하에서도 약 15년간 가택연금 생활을 했다. 2021년 쿠데타 이후에는 체포돼 가택연금 상태로 있다가 2022년 6월 교도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군정은 수치 고문 등의 가택연금 전환 외에 이날 미얀마 전통 새해 명절인 띤잔을 맞아 3303명을 석방한다고도 발표했다. 정치범 포함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김상범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