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10년 성과 발판 15년 집권 노려

2024-04-22 13:00:03 게재

재임중 명목GDP 두배, 내년 일본 추월 … 향후 5년도 연평균 6%대 성장, G3 진입 확실

인도 10억명 총선 투표 개시

“인도 경제는 향후 30년 소득확대에 따른 강한 개인소비가 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다.”(인도 ICICI푸르덴셜자산운용 산카란 나렌 최고투자책임자) “사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이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인도 싱크탱크 ‘정책연구센터’ 라훌 베르마 연구원)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기 집권여부를 결정하는 총선거가 19일부터 인도 전역에서 시작됐다. 전체 유권자만 약 9억7000만명에 이르는 지구상 최대의 자유선거로 불리는 이번 총선에서 모디 현 총리가 속한 집권 BJP가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인도 경제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이후 인도는 매년 평균 7% 수준의 실질GDP 성장으로 10년 만에 명목GDP가 두배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인도 명목GDP는 2014년 2조400억달러에서 올해 3조94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10년간 경제규모가 93.1% 증가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17일 인도 북부지역에 열린 선거 연설에서 “최대야당인 국민회의가 60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나는 10년 만에 이뤄냈다”고 공언했다. 인도 독립 이후 오랜 기간 집권여당을 맡아온 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무능과 자신의 경제적 업적을 비교해 지지를 호소했다.

실제로 인도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IMF는 최근 세계경제 수정전망을 통해 인도의 GDP 규모가 2025년 일본을 추월해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IMF 추계에 따르면 인도의 내년 명목GDP는 4조4000억달러(약 6070조원)로 일본(4조3100억달러)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1일 “2014년 세계 10위 수준이던 인도 GDP는 2027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인도는 지속적인 인구증가에 힘입어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 경제를 이끄는 힘은 강한 개인소비다. 인도 GDP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은 모디 총리 집권 이후 매년 10%씩 늘어나는 추세다. 인도의 지난해 개인소비지출 규모는 177조루피(약 2930조원)로 2015년(81조루피)에 비해 두배 넘게 증가해 GDP 성장속도를 넘어선다. 닛케이는 현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인도 소비자는 의외로 주변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다른 사람이 좋은 물건이나 제품을 쓰고 있으면 자신도 갖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도 국민의 소비성향을 분석했다.

개인소비지출 증가세는 높은 임금인상률 등에서 기인한다. EY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인도의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은 9.6% 수준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2022년(10.4%)과 2023년(9.6%)에도 두자릿수 안팎의 높은 임금상승세를 보였다. 인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2월 5.1%로 인도중앙은행 물가안정목표(4%)를 넘어섰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6%) 범위에 있다. 인플레이션을 크게 웃도는 임금인상이 소비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 거시경제지표는 올해도 역대급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S&P글로벌이 이달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3월 제조업 구매담당자지수(PMI)는 59.1포인트로 2월(56.9)에 비해 2.2포인트 상승해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S&P글로벌은 “인도 경제의 성장은 소비재와 중간재, 자본재 등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자본재는 신규수주와 생산 모두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IMF는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인도의 연평균 성장률이 6%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같은 기간 3~4%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대비된다. 모디 총리가 3기 집권에 성공해 다음 임기(2029년)까지 지금의 성장속도를 유지한다면 4기 집권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제조업 강국 노리는 ‘메이드 인 인디아’

인도는 거시경제뿐 아니라 개별 산업정책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산업진흥정책으로 내세운 ‘메이드 인 인디아’가 제조업을 비롯한 인도의 산업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인도정부는 자동차산업에 대해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고,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가드카리 교통부장관은 “인도가 2029년 세계 제일의 자동차 생산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세계 3대 자동차시장으로 성장했다. 인도 자동차공업회(SIAM)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판매대수는 전년보다 7% 늘어난 약 518만6600대다. 이미 2022년부터 일본을 넘어서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내수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시장에선 인도-일본 합작회사인 마루티·스즈키가 175만9900대로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61만4700대)와 기아차(34만5600대)도 뒤를 잇고 있다. 자국 업체인 타타자동차(58만3000대)와 마힌드라(45만9900대)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정부는 향후 전기자동차(EV)에서 자국 업체의 주도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2020년부터 EV를 생산한 타타는 지난해 인도 전기차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이 회사는 올해 자국 EV시장에서 지난해보다 20~30% 늘어난 1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인도정부는 전기자동차 시장을 2030년까지 전체 3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인도는 자동차산업에 그치지 않고, 은행 등 금융산업과 통신과 소매판매 등 내수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인도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도 상업은행 대출잔액은 153조5000억루피(약 2540조원)로 전년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주택과 자동차 관련 대출이 급증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인도를 대표하는 상업은행인 인도ICICI은행 시가총액은 최근 5년간 2.5배 증가했다.

주식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뭄바이증권거래소(BSE)와 내셔널증권거래소(NSE)를 합쳐 5000개가 넘는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올해 2월 말 기준 4조4000억달러 수준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증시 성장의 배경에는 개인투자자의 빠른 유입도 한몫하고 있다. NSE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개인투자자는 9000만명을 넘어 2020년 1월(약 3000만명) 대비 3배 나 늘었다. ICICI푸르덴셜자산운용 산카란 나렌 CIO는 “인도 증시에서 은행과 자동차, 소비재산업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며 “시가총액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가 넘는 기업이 500개사 이상으로 한국이나 대만이 반도체와 전기·전자에 국한된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높은 실업률, 빈부격차 해소 과제

모디 총리의 앞날에 꽃길만 있는 건 아니다. 경제성장은 높지만 빈부격차와 실업률 등은 풀어야 할 과제다. 인도 ‘정책연구센터’ 라훌 베르마 연구원은 닛케이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1인당 소득을 늘릴 수 있는지 여부”라며 “인도는 아직 빈곤한 국가이고,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고용도 인구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조사에서 유권자가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은 문제도 △실업문제 27% △물가문제 23% △발전과 개발 13% 등이라고 언급했다.

인도에서 100만달러 이상 자산을 가진 부유층은 해마다 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도 부유층은 85만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47만3000명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100만달러 이상 부유층의 증가속도는 연평균 8.5%로 GDP 증가속도를 앞선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인도 경제의 성장세와 자산시장 흐름을 보면 부유층은 연간 15~20%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고 했다. 세계불평등연구소(WIL)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인도의 상위 1% 부유층이 전체자산의 40.1%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비해 소득계층 하위 50%의 절반은 자산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인도 젊은층의 실업률은 30%를 넘어서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모디 총리의 대기업 중심 지원정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테슬라와 애플 등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10억달러 이상 지원하면서 대기업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 중소기업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다. 리티시 쿠말싱 컨실팅사 대표는 “모디 총리가 2021년 도입한 기업에 대한 생산성연동형우대정책(PLI)은 고용흡수력이 큰 제조업의 육성을 노리고 있다”며 “하지만 매년 1200만명의 젊은층이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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