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조기전대 가닥…대세론이냐 깜짝 출마냐, 쇄신 폭발이냐

2024-04-24 13:00:09 게재

나경원 “경쟁력 우위” … 안철수, 친윤 방해 불구 ‘20%대’ 득표력

한동훈 ‘잊혀질 위기감’ 출마 여지 … 윤상현·김재섭, 혁신 기대감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가닥을 잡았다. 관리형 비대위를 거쳐 이르면 6~7월에 새 대표를 뽑겠다는 것. 당권주자 후보군으로는 나경원 안철수 한동훈 권성동 김태호 윤상현 등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인만큼 ‘제2의 이준석’을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간담회 마친 나경원-김기현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과 김기현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4선 이상 중진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당선인들은 23일 간담회를 열고 관리형 비대위를 거쳐 조기 전대를 치르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전날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도 조기 전대에 힘을 실었다. 지도부 공백을 오래 끌고 가면 안된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전대는 이르면 6월말에서 7월초 사이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군으로는 비윤·수도권 출신이 우선 꼽힌다. 영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강한 ‘정권심판론’이 확인된만큼 친윤·영남 출신이 나설 때는 아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나경원(서울 동작을),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등이 대표적으로 꼽히는 이유다.

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어대나(어차피 대표는 나경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 당선인의 경쟁력은 강력한 편이다. 이준석 대표를 깜짝 배출했던 2021년 6.11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 당선인은 당원투표에서는 이 대표를 앞섰다. 여론조사에서 뒤져 2위로 낙선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나 당선인은 당원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경쟁자가 없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안철수 의원은 나 당선인과 겨룰만한 경쟁력을 갖춘 거의 유일한 상대로 꼽힌다. 안 의원은 당원 100% 룰로 치러진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23.37%를 득표, 2위로 떨어졌다. 대통령실과 친윤의 결사적 방해 속에서 20%대 득표율을 올린 건 나름의 저력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면서 당과 정책 쇄신에 집중해 온 게 당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안 의원은 한때 불출마 전망이 나왔지만 23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는 게 팩트”라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놨다.

사실 이번 전대의 최대 변수는 ‘한동훈’이라는 관측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하냐 불출마하냐에 따라 전대 판세가 출렁일 것이란 얘기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참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보수층에서는 여전히 상당한 지지세를 갖고 있다. 한국갤럽의 차기 지도자 조사(16~18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동훈 15%, 홍준표 3%, 원희룡 2%, 오세훈 1%, 안철수 1%(여권주자 기준)로 나타났다. 한 달 전 조사보다 하락했지만 한 전 위원장 인기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여권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은 아직까지는 보수의 미래로 꼽히기 때문에 (전대에) 출마한다면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 전 위원장 주변에서는 불출마에 무게를 둔다. 총선 책임론의 여진이 여전하고 윤 대통령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다. ‘잊혀질 위기감’이 한 전 위원장을 다시 전장으로 불러낼 것이란 관측이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지지율이란 게 한 번 꺾이면 다시 올리기가 정말 어렵다. 한 전 위원장도 링 밖에 머물다가 지지율이 경쟁자들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지면 차기를 도모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그걸 잘 아는 한 전 위원장으로선 전대 출마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전대 시기를 10월쯤으로 늦추면 출마 의사가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당장의 총선 책임론이 부담될 뿐 복귀는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쇄신형 대표에 대한 요구가 폭발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전시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에서 ‘평범한 대표’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 쇄신형 대표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얘기다. 2021년 전대에서 이준석 대표를 선출했던 ‘쇄신 바람’이 재연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총선 직후 당을 겨냥한 혁신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30대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은 여전히 세력이 만만찮은 친윤의 지지가 기대된다. 영남권 험지에서 생환한 김태호(경남 양산을) 의원은 영남권의 지원사격이 예상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