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패배 후폭풍…‘묻지마 윤심’ 사라진 여당
‘찐윤 지도부’ 불발 유력, 공천 못하니 눈치 안 봐 … 민정수석실 신설로 ‘윤심’ 회복?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에서는 더 이상 ‘묻지마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만 해도 ‘윤심’이 낙점하는 대로 대표를 뽑았지만, 4.10 총선 뒤에는 ‘윤심’ 눈치를 보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에서 “윤 대통령이 1여 2야(민주당·조국혁신당)가 아닌 3야에 맞선 형국”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윤 대통령의 대국회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9일 실시되는 여당 원내대표 경선에는 이종배·추경호·송석준 의원이 출마한다. 당초 출마가 유력했던 ‘찐윤(진짜 친윤석열)’ 이철규 의원은 불출마했다. 친윤 일각에서 윤 대통령이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의원을 밀었지만, 반대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불발됐다. 심지어 친윤 배현진 의원조차 이 의원 출마를 공개 반대했다. 6~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서도 ‘찐윤 대표’가 탄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안철수 윤상현 한동훈 등은 비윤으로 분류된다.
여당에서 ‘찐윤 지도부’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건 1년 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3.8 전당대회에서 ‘윤심’은 노골적으로 김기현 대표를 지원해 당선시켰다. 지지율 5%였던 김 대표는 ‘윤심’ 덕분에 유력 경쟁자들을 제칠 수 있었다.
당내에서는 ‘묻지마 윤심’이 사라진 원인으로 △4.10 총선 공천에서 ‘윤심’ 영향력 약화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 저조로 공멸 위기감 △23대 총선 공천은 ‘윤심’과 무관 등이 꼽힌다. 4.10 총선 공천은 한 전 비대위원장이 주도했다. “윤 대통령 덕에 공천 받았다”는 당선인은 손을 꼽는다. 윤 대통령 지지도는 급락세다. 윤 대통령 국정이 ‘실패’로 귀결될 경우 자칫 여당도 공멸로 치달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028년 총선 공천권에 ‘윤심’이 작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당선인이 더 이상 ‘윤심’ 눈치를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당에서 ‘묻지마 윤심’이 사라지면서 28일로 예정된 ‘채 상병 특검법’ 재투표 결과도 불투명하다. 여당에서 이탈표가 18표 이상만 나오지 않으면 부결되지만, 그조차도 확신하기 어려운 것. 재투표를 해결한다고 해도 윤 대통령에게 ‘묻지마 윤심’이 사라진 여당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여권 인사는 6일 “윤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여당의 협조를 얻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핵심권한으로는 인사권과 사정권이 꼽힌다. 윤 대통령의 개각과 민정수석 신설 구상이 주목 받는 이유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