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신임 여당 원내대표, 선출되자마자 거부권 정국
채 상병 특검 거부 후 재의결 첫 시험대 … “108명 단일대오” 강조하며 표단속 의지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추경호 의원의 일성은 ‘108명 단일대오’였다. 여당의 원내사령탑을 새로 맡자마자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정국을 헤쳐나가야 하니 결속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 당선인들도 70%에 가까운 몰표를 주며 향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거대 야당과 신경전을 벌어야 하는 추 신임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9일 대구 달성 지역 3선인 추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총회 원내대표 선거에서 70표의 득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승리했다. 충청도 출신 4선 이종배 의원은 21표, 경기 이천에서 3선 고지를 밟은 송석준 의원은 11표 득표에 그쳤다.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어느 선거보다도 예측이 어려운 선거로 꼽히지만 이번 선거는 달랐다. ‘찐윤’ 이철규 의원이 불출마한 후 나선 3명의 후보 중 추 의원이 처음부터 대세 후보로 꼽혔다.
수도권·중도층 민심을 조금이라도 품으려면 원내지도부를 영남 이외 지역 출신으로 꾸려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었지만 바로 묻혔다. 103명의 당선인 중 59명이 영남 지역 의원인 데다 추 의원이 경제부총리 출신이라는 인물론도 영향을 미쳤다.
추 의원이 전임 주호영 윤재옥 원내대표에 이어 3연속 TK 원내대표라는 점에 대해 추 의원은 “TK가 독배라도 마셔서 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무거운 짐을 지고 나서야 된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도 10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로영남당이니 하면 사람을 못 쓴다. 재주를 보고 써야 한다”면서 “(추 의원은) 정부에서 대야협상을 평생 해온 분이니 어떻게 해야 야당 의원들이 정부 입장을 들어주는가 잘 아는 분이다. 소중한 분이 적절하게 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추 의원은 관료 시절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거쳤고 20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후 22대 총선까지 3선에 성공했다. 윤석열정부에선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다.
추 신임 원내대표의 첫 과제는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정국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데 대해 그는 “전반적으로 생각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추 신임 원내대표가 ‘단일대오’를 강조히며 표단속 의지를 밝혔지만 이번 재표결에선 이미 일부 표 이탈이 예고됐다. 김 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진행된 채 상병 특검법 표결에서 이미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10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달말 재표결 진행시 “정면돌파가 맞다”고 밝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당론으로 부결이 결정돼도 찬성표를 던지겠느냐는 질문에 “추 대표가 치열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 여야 합의된 안으로 통과되면 제일 바람직하다”면서도 “그게 아니라면 헌법기관으로 각자의 소신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웅·안철수 의원 정도의 일부 이탈표로는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 통과가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고비는 넘길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각종 법안을 의석수로 몰아붙일 경우 단일대오 유지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10일 추 신임 원내대표는 국회 1층에 위치한 국민의힘 원내대표 집무실로 첫 출근해 현안보고를 청취했다. 취재진 질문에는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지도부와 면담 계획과 관련해선 “만나겠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