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당심’ 앞세워 의장 후보 교통정리
조정식·정성호, 후보직 사퇴
추미애 “민심 따르는 게 순리”
우원식 “복잡해도 경선 완주”
제22대 국회의장에 도전했던 더불어민주당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경선후보직을 사퇴했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나서 친명계 후보간 ‘교통정리’가 이뤄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미애 당선인은 “민심을 따르는 게 순리”라며 당선을 자신했고, 우원식 의원은 “아무리 복잡해도 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은 12일 오후 여의도 한 식당에서 추미애 당선인과 회동을 가진 다음 “민주당이 대동단결해서 총선 민심을 실현하는 개혁 국회가 되기 위해 마중물이 되고자 이번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한다”며 “(추 당선인이) 연장자라는 점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당 사무총장으로 이재명 대표와 호흡을 맞춰왔고 22대 총선 당선으로 6선 의원으로 최다선 의원이 됐다. 또 의장 경선에 도전한 정성호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의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며 경선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5선에 성공한 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 측근그룹 좌장으로 통한다. 조, 정 의원이 사퇴하면서 외형상 친명계가 추 당선인을 지원하는 모양새가 됐다.
추 당선인은 13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조 후보를 도왔던 분들이 ‘당심이 강력한데 굳이 선거를 통해 어지럽힐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권유가 있지 않았나 싶다”면서 “이 대표도 ‘국회의장 선거가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원과 지지층에서 국회의장 선호도가 높은 자신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친명 4선인 김민석 의원도 SNS에 “당원 다수의 판단을 믿고 가야 한다. 당원 주권 존중을 순리로 보는 새 정치 문법과 다선의 연장자 우선을 순리로 보던 전통 정치 문법이 공교롭게 같은 해법을 향하고 있다”며 추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당 안에선 박찬대 원내대표와 친명계 인사들이 직·간접으로 교통정리에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조·정 의원측에 일부 친명계 인사들의 노골적인 사퇴 압력과 추 당선인 편들기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선 완주를 선언한 우원식 의원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혁신·개혁국회를 이야기 하다가 선수나 관례로 넘어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자리나누듯 단일화 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조정식·추미애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최다선 국회의장 관례’를 강조하면서 조 의원이 전반기 의장을 양보하는 대신 후반기 의장을 맡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국회의장 후보를 뽑는 경선을 치른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회의장 후보 1인을 지명하면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 절차를 거친다.
한편, 민주당 친명계가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도 사전 조율을 주도한 것이 이 대표 연임결정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박찬대 원내대표,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이 이 대표의 연임을 불가피한 것으로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추미애 당선인도 13일 “이 대표 연임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