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나니 뛰는 생활물가…서민 살림살이 직격탄

2024-05-27 13:00:01 게재

김에 간장, 음료까지 일제히 인상대기 ‘생필품 값 비상’

먹거리 물가 상승률, 7개분기 연속 소득증가율 ‘웃돌아’

저소득층 생존권 직결 … “대기업엔 통큰 지원, 서민은?”

장바구니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1분기 임금상승률을 앞질렀던 물가가 총선이 끝나니 본격적으로 더 오를 태세다. 특히 식품 등 외식물가와 생활필수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총선까지 정부가 억눌러 온 영향도 있다.

먹거리를 비롯한 생활물가는 서민생활과 직결된다. 저소득층일수록 지출에서 먹거리와 생필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특단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가구 실질소득이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소득보다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오른 결과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먹거리·생필품 값 줄인상 대기 =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먹거리를 비롯한 생필품 가격 인상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다음 달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초콜릿·음료·김·간장 등 식품 소비자가격이 일제히 오른다. 제조사의 원가 상승에 따른 납품가 인상으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형마트 3사에 따르면 내달부터 주요 초콜릿 가격이 6.7%~16.7%까지 오른다. 가나마일드(70g)는 1920원에서 2240원으로 16.7%, 롯데웰푸드 ABC초콜릿(187g)은 4780원에서 5280원으로 10.5%, 빈츠(204g)는 4480원에서 4780원으로 6.7% 각각 인상된다.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 시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샘표 양조간장 30종 가격은 다음 달 중순에 평균 9.0% 오른다. 양조간장701(1.7ℓ) 제품 소비자 가격은 1만7010원에서 1만8610원으로 인상된다.

롯데칠성음료도 탄산음료 등의 가격을 5~8% 올리는 방안에 대해 대형마트와 협의 중이다. 조미김 가격도 오른다. 동원 참기름김(4g 16봉)은 5990원에서 6490원으로 8.0%, 대천김 구이김밥용김(22g 3봉)은 7990원에서 9990원으로 25% 오른다.

편의점에서는 6월 1일부터 델몬트 콜드쥬스 오렌지와 포도 각 250㎖ 제품 가격이 1500원에서 1600원으로 6.7% 오른다.

생필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듀라셀 건전지 17종 가격도 일제히 오른다. 디럭스 AA 2개는 4300원에서 4700원으로 9.3% 오르고, 디럭스 AAA 4개 가격은 7800원에서 9.0% 오른 8500원이 된다. 질레트 마하3면도기 가격은 1만3100원에서 1만4500원으로 10.7% 오르고, 센서3 일회용 면도기도 2400원에서 2700원으로 12.5% 인상된다.

정부 눈치를 보던 외식·식품·생필품 제조업체들이 지난 달 총선이 끝나자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선 모양새다. 정부는 ‘가격인상 연기’를 요청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누적되는 먹거리물가 인상 = 문제는 먹거리나 생필품 가격인상이 새로운 일이 아니란 점이다. 이미 2년 가까이 ‘역대급 인상’이 누적된 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도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통계수치로만 따져도 7개 분기 연속이다. 여기에 2분기에도 김밥과 치킨, 햄버거, 피자, 과자 등 주요 외식과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보여 먹거리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404만6000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가처분소득은 이자와 세금 등을 내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이다. 물가상승률(3.0%)를 따지면 실질소득은 쪼그라든 셈이다.

그럼에도 외식과 가공식품 등의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1분기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2.8배가 치솟았다. 가공식품은 2.2%로 1.6배다.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이 소득 증가 폭보다 컸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7개 분기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에서 37개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품목별 물가 상승률은 햄버거가 6.4%로 가장 높았다. 비빔밥(6.2%), 김밥(6.0%), 냉면(5.9%), 오리고기(외식)(5.8%), 떡볶이(5.7%), 도시락(5.7%), 치킨(5.2%) 등 순이었다.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에서는 절반이 넘는 44개 물가 상승률이 가처본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설탕(20.1%)과 소금(20.0%)은 20%에 이르고 스프(11.7%), 초콜릿(11.7%), 아이스크림(10.9%), 당면(10.1%) 등 품목 가격 상승률도 10%를 웃돈다.

특히 1분기에는 외식이나 가공식품보다 사과와 배 등 농산물 부담이 더 컸다. 1분기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10.4%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7.5배였다. 이 중 과실 물가 상승률은 36.4%로 26.3배였다. 이 중 사과 물가 상승률이 71.9%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52.0배, 배는 63.1%로 45.7배였다. 1분기 사과 물가 상승률은 197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분기 기준 가장 높고 배는 1991년 3분기(74.5%) 이후 약 33년 만의 최고였다.

먹거리 물가 부담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들어 외식과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은 지난달 메뉴 가격을 100~500원 정도 인상했고 파파이스코리아는 치킨과 샌드위치, 사이드 메뉴, 디저트, 음료 등의 가격을 평균 4% 올렸다.

◆저소득층, 먹거리지출 비중 역대최대 = 먹거리 가격 인상은 저소득층의 생활과 직결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저소득층 가구의 소비에서 식료품·비주류와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최대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구매에 월평균 26만9000원을 썼다. 외식비(14만1000원)까지 고려하면 전체 소비 지출(131만1000원)에서 약 31.2%를 총 식비 지출에 할당했다. 가계 지출의 3분의 1가량을 식비에 썼다는 뜻이다.

2019년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소비에서 먹는 데 쓰는 비용은 27.9%였다. 이후 해마다 늘어 2022년에는 30.8%까지 올랐다.

지난해 29.6%로 주춤했던 식비 비중은 올해 들어 다시 커졌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식자재 가격이 높아진 데다 외식 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간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전체 가구의 평균 식료품·비주류와 외식비 비중은 같은 기간 27.9%였다. 지난해(26.9%) 대비 올랐지만 2022년(27.9%)과 같았다.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와 외식비 비중은 24.9%로 2022년(25.7%)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최근 ‘밥상’ 물가 상승으로 저소득층 가구가 먹거리 측면에서는 다른 계층보다 더 취약해진 것이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아직 ‘게 걸음’ 수준이다. 정부 정책은 대기업이나 집부자를 위해서는 ‘통 큰 정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생계지원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 실제 최근 정부는 반도체 생태계를 위해 2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먹거리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은 관세인하나 1500억원대 예비비투입에 그쳤다. 그것도 실제 수혜자는 유통회사나 농산물 중간유통업자라는 지적이 나오는 판이다.

김대규 변협 인권위원장은 “먹거리 가격은 저소득층의 생존권과 직결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대책을 촉구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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