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물가대책과 공정거래위원회 역할

2024-06-11 13:00:00 게재

물가인상이 계속됨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질소득이 1년 전보다 1.6% 감소해 2017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폭으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경우 지난 5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2~3월 3%대보다 조금 떨어졌다. 그러나 농산물을 비롯한 주요 생필품 외식물가 석유류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가격이 크게 올랐거나 불안한 상황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되는 생활물가지수는 3.1% 올라 체감물가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소득이 늘지 않는데 물가가 계속 오르면 소비자의 호주머니가 가벼워지고 경제 전반의 소비도 위축되어 내수전망마저 어두워진다.

물가 상승으로 소득 줄고 내수 전망도 어두워

물가인상 추세가 계속되자 정부는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직접적으로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투입해 가격안정을 도모하기도 했다. 올해 초 대파가격이 급등하자 대통령이 대형마트를 방문해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며 파장을 일으켰던 소위 ‘대파 논란’이 이런 대책이었다. 가격인상이 우려되는 우유 빵 커피 등과 같은 주요 품목별로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관리 하는 방식도 동원했다. 그런데 이런 대책은 가격인상이 일시적으로 억제됐다가 나중에 대폭 인상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발생시켜 부적절하고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는 선례가 있다.

그리고 시장구조 개선을 추진하거나 해외수입을 늘리는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과다한 유통비용이 발생하는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추진, 수입품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연장 또는 확대, 통관이나 검역과 같은 수입 절차 개선 등이 발표됐다. 물가인상이 문제될 때마다 정부가 단골로 발표하는 대책이다.

또한 편법적인 가격인상에 대처하는 방식도 추진했다. 용량을 줄이거나 성분을 바꿔서 사실상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 이를 표시토록 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변칙적인 가격인상을 법적으로 인정해주는 형태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대책이다.

이처럼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도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이 각종 원자재 수급 불안, 기후변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오름세, 인건비나 공공요금 인상 등과 같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물가대책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불가피하게 오르는 품목은 대체상품 소비, 수입품 확대, 소비 절약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르지 않아야 할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대책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덩달아 따라 오르는 편승인상 대책이 중요하다. 업계에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도업체가 가격을 올리고 다른 업체들이 추종하는 편승인상의 경우, 업계 전반에서 상품가격을 동조적으로 올리는 경우가 있다. 서로 다른 상품이어도 예컨대 A 상품의 가격이 오르니 그 상품과 전혀 관계가 없는 B나 C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편승인상 막는 것은 공정위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

편승인상을 막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가인상 시기에 공정위가 조사 활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그동안 많은 비판이나 문제제기가 있었다. 공정위는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기관이 아니라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인상을 억누르기 위해 업계 전반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는 경우가 아니라 편승인상 여부를 감시하기 위한 조사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연례적이거나 주기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경우 영업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면 이러한 분야에서 대표적으로 편승인상이 있을 개연성이 크다. 공정위 조사 활동의 명확한 기준과 방식을 마련하고 편승인상을 방지하는 활동은 경쟁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위의 중요한 역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

전 공정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