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이런 위인 있어 가능”

2024-08-22 13:00:02 게재

현장강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독립운동과 관련해 김가진의 생을 살펴보겠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는 것은 자기 의지에 의해 하는 것이지만 이 세상에서 누릴 것을 다 누린 사람이 하는 건 좀 다르겠죠. 조선왕조에서 고위 관료를 지내고 엄청난 명예를 갖고 있던 김가진은 그 명예를 다 버리고 상해 임시정부로 74세에 망명을 합니다. 그래서 김가진이 상해에 도착했을 때 임시정부 사람들이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동농 김가진 서예전 ‘백운서경’에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현장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13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동농 김가진 서예전 ‘백운서경’에서는 100여명의 관람객들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현장 강연을 들으며 김가진의 서예를 감상했다.

현장 강연에서 유 전 청장은 ‘동농 김가진의 생애’라는 자료를 나눠주며 김가진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였다.

유 전 청장은 “김가진은 조선왕조의 고위 관료 중 유일하게 임시정부에 참여한 국가의 원로였다”면서 “김가진은 비밀 항일결사조직 대동단 총재로, 임시정부 고문으로 끝까지 독립운동에 힘썼다”고 강조했다.

자료에는 김가진이 74세에 상해 임시정부로 망명할 때 지은 시가 담겨 있었다. ‘상하이로 출발하는 날 읊다’는 제목의 시다.

‘나라가 깨지고 임금도 잃고 사직이 무너졌으되/ 치욕스런 마음으로 죽음을 참으며 여태껏 살아/ 늙은 몸이 상기도 하늘 찌를 뜻을 품었기에/ 단숨에 하늘 높이 몸을 솟구쳐서 만 리 길을 떠났노라.’

유 전 청장과 관람객들은 소리를 내어 시를 함께 읽으며 당시 김가진의 심경을 느끼고자 했다.

유 전 청장은 김가진의 글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김가진의 글씨는 행서체로 전문가들이 보고 놀라는 글씨”라면서 “전문가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당당하고 정통으로 쓴 글씨가 있었구나’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 서대문 독립문의 한글과 한자 모두 김가진의 글씨로 집안에서 그렇게 알고 있고 이는 역시 독립운동가인 며느리 정정화가 쓴 책 ‘장강일기’에도 나온다”면서 “다만 문헌 자료를 찾지 못해서 전면에 내세우질 못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전시에서는 독립운동가로서의 김가진을 다양한 자료로 만날 수 있다. 비밀 항일결사조직 대동단 선언문 원본, 3.1 독립선언 2주년 기념식 행사 사진 등이 그것이다. 유 전 청장은 “나라를 잃어버리고 기념식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고 말했다.

김가진은 독립운동가로 여러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해왔다. 이에 전시에는 백범 김 구 등의 글씨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 전 청장은 “글씨가 남아 있어 김가진을 다시 돌이켜 볼 수 있다”면서 “우리 역사는 이런 위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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