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구축함 “해 넘길 수도”
한화·HD현대 각축 부담
방산업체지정 여부 관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가열된 경쟁으로 해군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25일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한국형 차기구축함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 입찰 일정을 빨리 진행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입찰을 앞둔 KDDX 사업은 방사청에서 사업추진방식을 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방위산업체를 지정해야 다음 단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양 부처는 성공적인 KDDX사업을 위해 △경쟁 필요성 △사업 안정성 등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2006년 방사청 개청 이후 17차례 진행된 함정사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진행했다.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에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고, 이는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에도 포함돼 있다. KDDX 사업에서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하지만 양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이례적인 상황’에서 방사청은 제3의 방안은 없을지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체 지정을 위한 산업부의 현장실사 등 절차도 늦어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방산업체 지정을 신청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대한 현장실사를 실시하기 전에 양사의 생산능력확인 등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는 양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하는 중”이라며 “방산업체 지정까지 얼마나 걸릴지 지금은 이야기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기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22일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한 경찰고발을 취소하며 화해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KDDX사업을 수주하겠다는 의지는 명확히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고발을 취소하면서도 “산업부가 진행하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따라 실사단 평가와 현장실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방사청 등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결과를 수용하고 상호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의 고발취소는 당연하고, 나아가 방산체 신청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HD현대중공업이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확인된 사실“이라며 “KDDX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되어 KDDX 사업이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도 25일 한화오션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취하했다.
한편, KDDX사업을 둘러싼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선두 주자인 HD중공업을 추격하는 한화오션의 기세도 작용하는 모습이다. 양사는 조선해양산업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로 부각되고 있는 함정산업에서 자존심을 건 경쟁을 진행 중이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며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은 올해 6월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함정산업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은 4월 필리조선소와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대한 신조 및 유지·보수·정비(MRO)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두 달 뒤 한화오션에 추월당했다.
정연근 정재철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