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증교사·선거법 1심, 엇갈린 ‘고의성’ 판단

2024-11-26 13:00:04 게재

두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에서 출발 공통점

위증교사는 변론요지서 제공을 방어권으로 인정

선거법은 국정감사서 팻말 설명을 '고의'로 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후보로 나서 한 발언의 두 재판에서 희비가 교차됐다.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서 당선된 사건에서는 웃었으나, 2020년 대통령 후보로 나서 떨어진 사건에서는 울었다. ‘당선 무죄, 낙선 유죄’인 셈이다.

그런데 두 사건은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출발했다. 이 대표가 선거후보로 등록해 피선거권을 행사하던 중 재판을 받게 된 사건으로, 핵심 쟁점은 ‘고의성’ 여부였다. ‘경기도지사 내지 대통령 당선’을 위해 허위임을 알고도 ‘고의로 거짓말’을 하도록 시켰거나, 또는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KBS 초청 토론회에서 2002년 유죄판결을 받은 이른바 ‘검사사칭 사건’을 두고 한 발언이 사건화 된 것이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검사사칭에 대해 “제가 한 게 아니고, 피디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도와주었다는 누명을 썼다”고 발언했는데, 검찰은 이를 허위사실 공표로 봐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기소했었다.

이후 2023년 검찰은 이 대표가 검사사칭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재판에 유리하도록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를 내세워 자신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취지의 허위 증언을 김씨에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기소했다.

이 대표가 △거짓임을 알면서도 재판에 증언으로 사용하려 했는지(위증의 고의) △위증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시켰는지(교사의 고의)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형사합의33부는 위증교사에 대해 김씨에게 변론요지서를 제공하겠다고 한 발언 등이 방어권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전체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위증교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특히 재판부는 교사행위 당시 “이 대표는 김씨가 이 부분 위증을 할 것으로 알았다고 보기 어려워 ‘위증의 고의’가 없다”면서 “이 대표에게 김씨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 즉 ‘교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앞서 15일에 열린 같은 법원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 발언이 허위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 당선’을 위해 허위임을 알고도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이 대표가 2020년 대통령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성남시장 재직 시 SBS 등 방송에 출연해 ‘김문기 몰랐다’고 한 것과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 변경을 해 주지 않을 경우 국토교통부 공무원들로부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당해 어쩔 수 없이 해 주었다고 한 발언이다. 검찰은 2022년 이 발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봐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에 형사합의34부는 ‘김문기를 몰랐다’고 한 발언은 무죄로 판단했지만 해외출장에서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은 일부 유죄로 봤다. 또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백현동 관련 질문에 대해 이 대표가 팻말을 미리 준비해 답변한 것은 “허위 발언의 고의성을 입증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 선거토론회 등에서 이뤄진 허위발언 사건에서 적용됐던 대법원의 ‘표현의 자유’ 법리를 이 사건에서 적용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후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후보자 토론회에서의 발언을 ‘공표’로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판단해왔다.

검찰과 이 대표는 항소심에서 두 사건의 ‘고의성’을 쟁점으로 다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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