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40만명 하나로 묶는 복지 연계망 만든다

2024-11-29 13:00:05 게재

중랑구 ‘동행사랑넷’ 내년부터 가동

민간과 손잡고 전달체계 개선 꾀해

“일찌감치 혼자된 친정어머니가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통해 안정을 찾고 이제는 당신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방과후 돌봄 수혜를 입은 딸도 청소년기부터 봉사활동을 합니다.”

중랑구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서로를 돕는 복지모형인 중랑 동행 사랑넷을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사진 중랑구 제공

서울 중랑구 상봉동 중랑구청 지하 대강당. 중랑구 전 지역에서 모여든 주민들이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이근희 국립정신건강센터 팀장이 ‘53년차 주민’ 자격으로 무대에 섰다. ‘내가 사는 중랑’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참이다. 그는 ‘해도두리가족봉사단’ ‘중랑장미축제 자원봉사단’ ‘망우역사문화공원 영원한 기억봉사단’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이웃들 참여를 권했다. 그는 “봉사의 기쁨을 누리고 수혜자로 이웃과 연결되면 좋겠다”며 “가족을 통해 30년 혜택을 누린 저도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29일 중랑구에 따르면 구는 주민 40만명이 서로를 보듬고 돌보는 새로운 복지 연계망을 내년부터 공식 가동한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지원하는 복지 생태계를 목표로 한 ‘중랑 동행 사랑넷’이다. 류경기 구청장은 “우리 사회는 물적·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시민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비율이 높다”며 “사회복지 예산 확대에만 기댈 수 없어 주민이 주민을 돕는 체계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상봉동 주민인 이 팀장이 지난 19일 선포식에서 특별 강연에 나선 이유다. 그는 지역에 살면서 도움을 주고받은 경험을 전하며 누구나 사랑넷 일원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

동행 사랑넷은 크게 5개 분야로 주민들을 연결한다. 기부 관계망형성 재능나눔 건강 교육이다. 주민들은 내년에 선보일 온라인 거점에서 ‘돕고 싶은 분야’와 ‘도움이 필요한 분야’를 선택하면 된다. 우수 기부자와 봉사자를 등재하는 ‘온라인 명예의 전당’, 활동가 역량을 키우는 ‘역량강화 교육 플랫폼’도 운영할 예정이다.

현장에도 거점이 생긴다. 각 동별 복지공동체 주민단체 등이 협력해 복지정보를 전달하고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동네 사랑넷’은 일상적으로 가동한다. 문화와 예술을 결합한 ‘우리동네 나눔장터’ 등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동주민센터나 복지관 등을 활용해 권역별 만남의 장도 펼친다.

구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랑구사회복지협의회가 손을 잡았다. 3개 기관이 협업해 ‘따뜻한 겨울나기’ 등 각종 모금활동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결실을 나누는 배분은 지역에서 각종 사업을 하고 있는 협의회가 맡기로 했다.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을 진행하고 다양한 복지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취지다. 장중환 협의회장은 “이웃이 이웃을 돕는 문화가 정착되면 더 따뜻한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현재 중랑구 주민 가운데 11만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연간 활동 참여자는 7000명 정도에 그친다. 중랑구는 동행 사랑넷을 통해 이 간극을 줄이고 공적 복지전달체계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9일 구청에 모인 주민들 역시 “나의 자랑, 우리 중랑”을 함께 외치며 동참을 약속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민과 관, 민과 민 등 민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각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을 연결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구청장은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고 나눔문화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복지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복지 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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