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대통령의 광기,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12.3 내란사태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는 국민과 국회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다. 12.12 쿠데타 45년 된 날 위헌·불법계엄을 옹호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를 알려 주기 위해 계엄을 결정했다”고 강변했다. 또 내란사태 당일 현장 군 지휘관들에게 “의원들을 끄집어 내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들이 만천하에 공개됐음에도 그는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안막았다” “국회를 마비시킬 생각은 없었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는 “임기를 포함한 국정을 당에 맡기겠다”고 한 자신의 말도 뒤집었다. “수사건 탄핵이건 싸우겠다”며 자진사퇴를 거부했고 담화 뒤 곧바로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12.12 궤변담화는 오히려 탄핵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표현처럼 ‘광란의 칼춤’을 추며 스스로 ‘괴물’임을 입증해 보인 데 대해 전문가들도 국민도 “제정신이 아니다” “뻔뻔하고 후안무치하다”고 입을 모은다.
비상계엄은 극우 유튜브에 심취한 대통령 망상의 산물
윤 대통령의 몰상식적인 담화로 14일 이뤄질 국회의 2차 탄핵표결은 가결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담화는 내란을 자인하는 취지의 내용”이라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하자”고 요구했다.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여당 의원들도 계속 늘어 탄핵저지선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 담화는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할 테니 탄핵하려면 해봐라”라는 도발이었다. 윤 대통령은 호위대 역할을 하는 친윤의 저지선이 뚫려 탄핵이 돼도 헌법재판소 재판과정에서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선 모양이다. 공석중인 헌재 재판관 3명이 임명돼 9명이 돼도 보수5 진보4로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1차 탄핵표결 하루 전 박선영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을 전격 임명한 것도 헌재 재판을 위한 일종의 ‘거래’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의 처형이다.
하지만 헌재 결정이 윤 대통령 뜻대로 갈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12.3 내란사태의 위헌·불법성이 워낙 분명한데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상황을 TV 생중계로 직관한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누그러질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했는지 내내 풀리지 않던 의문은 이번 담화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 그는 선관위를 비판하며 “전산시스템이 엉터리라 선거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계엄선포 직후에도 선관위에 가장 먼저 계엄군을 출동시켰다. 그것은 4월 총선 참패가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극우유튜버들의 음모론과 궤를 같이 한다. 12.3 내란사태는 어처구니없게도 극우유튜브에 심취한 대통령의 망상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평생 검사로 살아온 법률전문가인 그가 어떻게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마 이것은 권력의 속성과 관련된 문제일 듯하다. 권력에 취해 자신이 헌법과 법률 위의 존재인 양 착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사상가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사’에서 “인간은 권력을 가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서툴기만 해 그것으로 점점 더 남이 참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고 썼다. 마키아벨리 시각으로 보면 평생 국가가 쥐어준 검찰권력을 휘두르는 데 익숙했던 그가 더 큰 대통령권력을 손에 쥐게 되자 아예 ‘남들이 참기 어려운 괴물’이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통령 호위대 자처하는 친윤, 민심의 바다에 함께 침몰할 것
갈수록 도를 더하는 윤 대통령의 광기도 그렇지만 이를 옹호하는 여당 내 친윤의 모습도 가관이다. 윤 대통령 담화 직후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은 “여전히 탄핵부결은 당론”이라고 했다. 한동훈 당대표도, 오세훈 유정복 김영환 김태흠 같은 당 소속 단체장들도 “탄핵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돌아선 상황에서 일부 친윤만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빠져 진화를 거부하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분노는 한순간의 소나기가 아니다. 탄핵부결론자들은 정말 “1년이면 국민이 모두 잊을 것”이라고 여기는지 모르지만 그들이 지금 보여주는 반역사적 반헌법적 태도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남을 것이다.
12.3 내란사태와 이어지는 대통령의 광란쇼는 ‘윤석열 같은 초보자, 민주주의를 모르는 자에게 나라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끔찍한 교훈이었다. 아직도 이 교훈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은 윤 대통령과 함께 민심의 바다 속으로 침몰할 게 틀림없다.
남봉우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