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국가핵심기술 중국에 넘기려 했나
두산공작기계, 2016년 MBK에 인수된 이후 ‘국가핵심기술’ 기업 지정
중국 매각 타진 정부 반대해 결국 실패 …2년 뒤 국내 기업에 매각
MBK파트너스가 외국인 논란에 직면하면서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 기업인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과거 MBK가 고려아연과 마찬가지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두산공작기계(옛 DN솔루션즈)를 중국 등 해외에 매각하려고 한 점이 알려지면서 단순 우려를 넘어, MBK 행위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또한 MBK는 향후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단 한 번도 보유 기업을 중국에 매각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국가핵심기술 때문에 팔고 싶어도 팔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MBK에 대한 정부와 당국, 시장의 불신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2019년 두산공작기계의 1순위 매각 대상으로 중국의 모 기업을 선정하고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다. 협상은 원활하게 진척됐으나 두산공작기계가 보유한 국가핵심기술인 ‘고정밀 5축 머시닝 센터의 설계·제조 기술’ 등 때문에 정부 반대에 부딪혔다.
산업기술보호법 11조의2와 국가첨단전략산업법 13조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에 인수합병(M&A)될 때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두산공작기계는 2016년 4월 MBK에 인수됐을 무렵엔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아니었으나 인수 이후인 그해 11월에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됐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두산공작기계의 중국 매각을 가로막았다.
MBK는 정부 반대로 두산공작기계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게 어려워지자 일본과 미국 등으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MBK는 정부 당국에 여러 차례 매우 진지하게 중국 기업에 매각할 방법이 없는지 문의했다”며 “하지만 ‘불가하다’는 입장을 정부가 지속해서 내비치자 이후 일본과 미국으로의 매각도 타진했지만 국가핵심기술을 가진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두산공작기계를 2019년에 매각하려던 MBK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21년에 국내 자동차 부품사인 디티알오토모티브로 두산공작기계 지분 100%를 약 2조4000억원에 매각했다.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한 지 약 5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했으나 당초 계획보다 약 2년이 지체됐다.
이러한 사례는 MBK가 향후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에 성공한 뒤 높은 가격을 불러주는 곳을 찾아 해외 매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만든다. 산업계 일각에서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앞장서 MBK의 고려아연 인수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MBK는 ‘외국인 투자’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의 시행령에서는 외국인이 다른 주주와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이 다른 외국인과 합산해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MBK는 외국인 지분율이 30%가 넘는다. 회장과 대표,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모두 외국인이다. 또한 고려아연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펀드 6호 외국계 자금 비중은 80%가 넘는다고 알려지면서 관련 법에서 정의한 ‘외국인 투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만약 여기에 해당하면 MBK의 고려아연 인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MBK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이고 우리는 장기간 투자하고,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자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