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종준 경호처장 ‘내란 혐의’로 입건
경찰 특수단, 계엄과정 역할 조사할 듯
경호본부장·경비안전본부장 추가 입건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을 내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5일 “시민단체 고발에 따라 박 처장을 내란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수단은 박 처장이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후임으로 두 번째 경호처장이 된 박 처장은 경찰대 2기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 등을 지냈다.
박 처장은 계엄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게 삼청동 안전가옥으로 오라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박 처장은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됐다.
경찰은 박 처장에게 4일 출석을 요구했으나 박 처장은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해 현재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불출석했다.
특히 박 처장은 5일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이유에 대해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 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 유기라고 판단했다”며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파적 이념은 대통령경호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수단은 박 처장에게는 오는 7일 오전 10시까지, 김성훈 경호처 차장에게는 8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도록 2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한 상태다.
박 처장은 공수처에도 내란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일 박 처장 등 8명을 내란 혐의로 고발하면서 “박 처장은 비상계엄 선포 약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안전가옥으로 데리고 왔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박 처장 등이 어떻게 내란 주요 임무에 종사했는지 등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또한 특수단은 경호처 이광우 경호본부장과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2명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특수단은 이 경호본부장에게 7일 오후 2시, 이 경비안전본부장에게는 8일 오후 2시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수단은 지난 주말 사이 경호처 지휘를 받는 서울경찰청 산하 101·202경비단과 22경호단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 간부들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를 조사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박 처장의 부당한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처장이 단장들에게 직접 전화해 “어디냐, 우리 대통령 경호 지원을 해야 한다. 공수처나 경찰이 오면 너희들도 나와서 막아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경비단과 경호대는 박 처장 지시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1경비단은 용산 대통령실 경비를, 202경비단은 관저 외곽을, 22경호단은 대통령 수행 시 경호를 맡는다.
특수단은 또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55경비단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체포 저지 상황에 사병들을 투입했는지 등을 확인했다.
55경비단은 대통령 관저 외곽경호를 담당한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경호처에 배속되어 지휘·통제권이 경호처에 있다.
55경비단은 한남동 관저 내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동원된 부대로 지목됐다. 경호처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