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방탄 나서…“계엄 옹호당 될라”
“탄핵 판결 뒤 조사” “임의수사”…수사 지연
“선관위 점령, 이거 정말로 대단”…계엄 옹호
의원 44명 관저 집결, 체포 저지…체포 방해
국민의힘이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돕고 나섰다. 수사 지연 전략을 짜고, 체포를 막아섰다. 심지어 계엄을 옹호하는 당직자까지 나왔다. 당 지도부는 “개인행동”이라고 선을 긋지만, 이미 당의 색깔이 ‘윤석열 방탄당’으로 변질된 모습이다.
2016년 박근혜 탄핵을 막으려다 ‘탄핵의 강’에 빠졌던 국민의힘이 이번에는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을 돕다가 ‘계엄의 바다’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지적이다.

7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임의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내란 혐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것이다. 친윤에서는 아예 “탄핵 재판이 끝난 뒤에 수사·조사를 하는 게 맞다”는 주장까지 편다.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은 2~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세 달 동안 수사·조사를 미루자는 것이다.
‘박근혜 사례’를 제시한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의 소환 요청을 계속 거부하다가, 탄핵 인용이 이뤄진 뒤 검찰에 출석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내란 혐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불소추특권이라도 주장할 수 있었지만,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다.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수사를 지연시켜 윤 대통령에게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려 한다는 관측이다.
일부 당직자는 대놓고 계엄을 옹호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6일 당 대변인 발령이 났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달 5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오죽 답답하셨으면 준비되지 않은 계엄을 했나 생각했는데 전모가 밝혀지고 나니까 정말 점할 수 없는 땅을, 과천상륙작전이다, 선관위 상륙작전” “계엄 선포하고 2~3분 만에 선관위를 점령했다. 대단하다. 진짜 윤석열이다”고 말했다. 최근 수사를 통해 ‘불법’이었음이 명확해지고 있는 계엄을 놓고 핵심당직자가 “대단하다”고 치켜세운 것이다. 김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사퇴하면서, SNS에 “제대로 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6일 새벽부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지켰다. 공수처와 경찰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경우 자신들이 몸으로 막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여당 의원 108명 중 절반에 가까운 44명이 윤 대통령 ‘경호대’를 자처한 데다, 이중에 지도부(임이자 비대위원)과 핵심당직자(강명구 비대위원장 비서실장)도 포함되면서 당 지도부의 “개인행동”이라는 해명은 설득력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12.3 계엄 사태 직후에는 분노한 민심의 눈치를 보다가, 윤 대통령이 버티기에 나서면서 일부 강성보수층이 결집 양상을 보이자 ‘윤석열 방탄당’으로 빠르게 변신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겨냥해 여권 일각에서조차 “나중에 윤 대통령이 구속되고 탄핵이 인용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는 우려를 내놓는다. 박근혜 탄핵을 막으려다가 ‘탄핵의 강’에 빠져 전국선거 3연패를 당했던 쓰라린 기억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6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비호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만약 그렇게 인식된다면, 우리는 내란의 강, 계엄의 바다를 빠져나올 수 없다”며 “계엄옹호당, 친윤당으로 각인될수록 이재명의 집권을 막아낼 수 없으며, 우리 당의 집권은 불가능해지고, 당의 존립조차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