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스타트업들, 미국 오픈AI에 도전

2025-01-15 13:00:03 게재

차이신 “첨단칩 부족, 자국 대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도 효율성·전문화로 존재감 드러내”

2022년 말 미국 오픈AI의 챗GPT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출시한 뒤, 중국 기술 스타트업들도 컴퓨팅 파워와 최첨단 AI모델에 집중 투자하며 도약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달 초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설립 5년차인 ‘지푸(Zhipu AI)’는 생성형 AI 초기 스타트업이다. 현재 200억위안(약 4조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22년 8월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로 데뷔했다. 지푸의 챗봇 애플리케이션 ‘챗GLM’은 사용자만 2500만명에 달한다. 이 회사 CEO 장펑은 “지푸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아우르는 중국판 오픈AI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개발기업 센스타임이 설립한 ‘미니맥스(MiniMax)’는 2022년 AI플랫폼 ‘글로우’를 선보였다. 사용자가 이를 통해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지능형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이 기업은 또 AI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토키(Talkie)’를 앞세워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토키는 지난해 6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무료 엔터테인먼트 앱 중 5위를 차지했다. 미니맥스는 토키, 하이뤄AI(AI 영상생성 사이트), 싱예AI(AI 챗봇)를 통해 연매출 7000만달러(약 1000억원)를 올리고 있다.

지푸와 미니맥스처럼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 받는 중국 AI 유니콘은 모두 6곳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 ‘여섯마리 작은 용’으로 불리는데, 바이촨AI, 문샷AI, 스텝펀, 01.AI 등이 나머지를 이룬다.

유니콘 창업자들은 최근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AI모델이 오픈AI 등 글로벌 리더와 격차를 좁혔을 뿐 아니라 일부 분야에서는 뛰어넘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바이촨AI는 의료 교육 금융분야의 LLM 애플리케이션에 초점을 맞췄다. 이 기업 설립자 루리윈은 “올해 수주 계약이 10억~20억위안(2000억~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직원 수를 약 800명으로 2배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수석과학자 출신으로 스텝펀 설립자인 장다신은 “향후 1~2년 내 상용화된 LLM 생태계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AI스타트업들은 미국의 첨단칩 제한 등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 최고의 스타트업들은 일반적으로 GPU나 특수칩 등 수천개의 하드웨어 유닛에 의존해 AI모델을 구동하는 반면, 오픈AI나 일론 머스크의 xAI 등 미국 선도적 기업은 10만개 유닛으로 구성된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제한된 연산 능력과 부족한 자금 탓에 중국 AI기업들은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달성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응용분야를 찾아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구글 차이나 전 대표로 2023년 3월 01.AI를 설립한 리카이푸는 중국기업들이 비용과 노동효율성, 자원활용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01.AI 자금은 오픈AI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모델 훈련비용은 오픈AI가 쓰는 총액의 3%에 불과하다”며 “중국기업이 미국과 동일한 모델을 구축해 미국기업을 능가하지는 못하겠지만 국내외, 특히 일대일로 참여국가들에서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이신은 “2024년 상반기부터 6마리 작은 용들은 오픈AI의 GPT-4와 동등한 수준으로 모델 역량을 발전시켰다. 중국어 실력은 GPT-4를 능가했다. 또 상용화 전략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틈새시장 찾기

중국의 많은 AI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큰 과제는 시장점유율과 사용자 접근을 장악한 기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이미 LLM, 텍스트 대 이미지 및 텍스트 대 비디오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기초모델을 출시했다.

2023년 말 출시한 AI 챗봇 ‘키미챗’으로 텍스트 생성 분야를 선도하던 문샷은 지난해 5월 바이트댄스가 AI비서 ‘두바오’를 출시하며 이 분야에 뛰어들자 순식간에 추월당했다. 인기 있는 짧은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을 통해 트래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점을 앞세운 두바오는 출시 6개월 만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앱이 됐다.

바이트댄스의 전략은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다. 두바오는 업계 표준보다 99%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이러한 가격파괴 접근방식은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두바오 모델의 1일 토큰(자연어 처리를 위해 문장 및 단어를 조각낸 최소단위) 사용량은 지난해 5월 1200억개에서 12월 중순 4조개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업계 소식통은 “AI업계가 점점 더 규모를 키우고 트래픽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 AI 스타트업들의 핵심과제는 바이트댄스의 자원, 사용자 기반 환경과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차별화는 스타트업들의 핵심전략으로 부상했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요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사용자들의 모든 요구를 충족하는 포괄적인 챗봇 제품에 집중함에 따라 스타트업들이 전문화된 틈새시장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다.

바이촨AI는 금융과 교육, 의료부문에 베팅하고 있다. 바이촨 모델은 2023년 말 GPT-3.5 기능에 도달해 금융과 교육분야에서 지능형 상담 및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에는 GPT-4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의료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다. 8월 베이징아동병원과 제휴해 소아과 건강 모델을 출시했다. 설립자 루리윈은 “AI 의사의 오진율은 1%로 인간 의사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바이촨AI에 투자한 벤처투자기업 ‘소울캐피털’의 창립파트너 헤리 한은 “AI 의사의 성공 여부는 모델기능뿐만 아니라 의료 및 보험 관련 정부 정책에도 달려 있다”며 “궁극적으로 정책이 AI 의사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01.AI는 인간 진행자를 대체할 수 있는 AI 생성 라이브 스트리밍 및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동창업자 치뤼펑은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통해 매장의 라이브 스트리밍 비용을 90%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며 “개별 매장의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중국에는 요식업 매장만 700만개에 달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치뤼펑은 “서구 기업들은 엄격한 데이터 준수 규정으로 도입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중국기업들이 기업대상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게다가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회사는 기업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기업들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기술 따라잡기

항저우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은 지난달 GPT-4 등 경쟁모델들과 비슷한 성능을 갖춘 새로운 오픈소스 LLM ‘딥시크-v3’를 공개했다. 671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이 모델은 두달 동안 558만달러의 비용으로 학습했다. 경쟁사보다 훨씬 적은 컴퓨팅 자원과 비용을 사용하면서 전세계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에 순풍이 되는 한가지 흐름은 AI의 기술도약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오픈AI 공동창립자 일리야 수츠케버는 “AI 훈련용 데이터가 고갈돼 범용인공지능(AGI)을 달성하려면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고리즘과 연산능력, 데이터는 AI 개발을 이끄는 핵심축이다. 오픈AI는 데이터 규모를 점진적으로 확장해 GPT-4를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GPT-5를 출시하지 못했다. 대신 2024년 모델인 GPT-4o와 o1은 다중모드 이해 및 강화학습 같은 대안적 접근방식을 강조했다.

스텝펀 설립자인 장다신은 “현재 중국에서는 알고리즘을 통한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핵심은 알고리즘 수준에서 일반화를 가장 먼저 달성하는 것이며, 그 다음에는 적은 연산능력으로 더 큰 강화학습 모델을 훈련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인 ‘소라’나 GPT-o1 모두 알고리즘 측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바이촨 설립자 루리윈은 “2024년 중국의 주요 기업들이 이미 GPT-4 역량에 도달했다”며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해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면서 3개월 마다 매개변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GPT-5가 출시되면 중국이 이를 따라잡는 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수 있다. 그때쯤이면 필요한 매개변수가 오픈AI의 1/10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울캐피털의 창립파트너 헤리 한은 “AI 기술발전의 둔화로 특히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중국이 따라잡을 수 있는 잠재적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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