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교육청, 고교 무상교육 분담금 놓고 충돌
정부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분”
일부 교육청 “책임 회피” 반발
고등학교 무상교육 정부 지원을 연장하는 법안이 14일 다시 국회 심의대상이 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이로써 고교 무상교육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 간의 갈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고교 운영은 지방교육재정으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부 지원 연장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지방교육재정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자체 재원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교 운영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항인 만큼 지방교육재정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고교 무상교육은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입학금, 수업료, 학교 운영지원비, 교과용 도서 구입비를 전액 지원한다. 2019년 2학기 고3을 시작으로 단계적 확대를 거쳐 2021년부터는 전 학년이 혜택을 받고 있다. 재원은 중앙정부 47.5%, 교육청 47.5%, 지자체 5%의 비율로 분담해왔다.
이는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을 위한 조치였다.
이 분담 비율을 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고등학교 등의 무상교육 경비 부담에 관한 특례’ 조항은 2023년 12월 31일 일몰 예정이었으나 당일 야당 주도로 3년 연장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교육부는 즉각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고 재의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재정 부담 증가와 지방교육재정의 자립도 제고 필요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교육부는 이날 국무회의 후 “무상교육 비용 분담은 도입 당시 지방교육재정 상황과 국정과제로 추진한 점 등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증액 교부하기로 한 조치”라며 일몰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개정안 시행 시 예비비에서 비용을 부담하도록 2025년 예산안이 가결됐으나 1조6000억원의 예비비 중 9000억원 이상을 고교 무상교육에 투입할 경우 재난·재해 복구나 전염병 대응, 복지지출 부족액 등 긴급·중대한 수요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교육청 등은 정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국무회의 직전 입장문을 내고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의 비용 분담은 고교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상징성을 지닌다”며 “비용을 온전히 지방 교육재정에 전가하는 것은 정부의 교육 책임 방기”라고 비판했다. 천창수 울산교육감도 지난 2일 “교육부의 법률안 재의요구 거론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다만 교육감들의 입장은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엇갈렸다. 이로 인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통일된 입장 도출에 실패했다. 일부 보수 성향 교육감들은 지방교육재정의 효율적 운영을 통한 자체 해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지원 중단 시에도 학생과 학부모의 추가 부담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교육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방교육재정의 자체 해결 능력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국회에서의 재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교육청 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