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수색·체포영장에 나타난 내란 혐의
공수처, 영장에 구체적 기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은 체포·수색영장에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다는 등의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를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신한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7일 공수처가 체포영장과 함께 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하며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15일 윤 대통령측이 공개한 수색영장에 따르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대표적인 피의사실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정치활동까지 금지하는 불법적인 계엄 포고령을 포고했으며 경찰 및 계엄 담당 군인 등으로 하여금 불법적으로 국회를 봉쇄해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는 한편 계엄령 해제를 위한 표결권 행사를 방해하게 하고, 체포 요건이 되지 않는 여야 대표 등을 불법 체포하게 한 사실 등”을 제시했다.
22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명목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하고 소속 공무원 등을 체포·구금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야당 주도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 정부 예산안 대폭 감액, 배우자 주가조작 의혹 등에 관한 특검 추진 등이 계속되자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헌법·법률상 선포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 등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총기로 무장한 계엄군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하는 등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고 직권을 남용해 경찰과 계엄군들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혐의를 구성했다.
법원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계엄 해제 담화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의 계엄 포고문, 사건 당시 정황을 알 수 있는 사진 및 언론 보도, 헌법 등 관련 규정,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탄핵 소추안, 내란 공범인 김 전 장관·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의 진술 등을 들어 혐의가 소명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영장에는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피의자의 소재지를 파악해야 하나 현직 대통령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대통령경호처나 대통령실을 통해 동선, 현재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이 소재할 개연성이 높은 관저와 사저 그리고 안전가옥 등을 수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영장은 △윤 대통령이 사용하고 있는 비화폰은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을 통해 실시간 발신 기지국 위치를 제공받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윤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이전에 사용한 휴대전화에 대해 발신기지국 위치 제공을 신청했으나 개인 명의 휴대전화는 꺼져있는 점 등을 위치 추적 자료 확보가 어려운 사유로 제시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개인전화로 사적 소통을 이어가며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새 휴대전화를 개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색영장에는 지난달 31일 발부된 첫 영장과 달리 ‘형사소송법 110·111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히지 않았다. 해당 조항은 군사·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나 물건은 책임자나 공무소의 승낙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앞서 체포를 위한 수색의 경우 그런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법리라고 밝혔다. 이를 확인하는 문구가 별도로 기재되지 않았더라도 수색영장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공수처의 입장이다.
수색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21일까지로 확인됐다. 발부 시점인 7일을 기준으로 2주의 유효기간이 부여된 것이다. 당초 설 연휴 전인 27일까지가 체포·수색영장 유효기간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다소 짧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