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보다 환율 방어가 더 다급했나
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3.00% 동결 결정
트럼프 정책 등 보고 추가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급등하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더 확대되는 것을 방어하려는 결정으로 분석된다. 다만 한은은 올해 통화정책방향으로 추가적인 완화 기조를 분명히했기 때문에 이르면 다음달 기준금리 완화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16일 오전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3.00% 수준에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로 전환했고, 11월에도 인하를 결정했다. 고금리 고물가로 장기화되는 내수와 투자 부진을 막기 위해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도 세차례 연속 인하를 통해 완화정책의 속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12.3포인트나 급락하는 등 내수부진이 심각한 상황임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1% 중반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요동치는 환율이 추가 완화의 발목을 잡았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강달러가 시작된 이후 12월 계엄과 탄핵사태를 거치면서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흐름은 새해들어서도 이어지면서 환율은 달러당 1450~147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환율이 더 오르면 거시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국내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다 오름세를 확대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12월 수입물가는 전달보다 2.4% 상승했고, 소비자물가도 지난해 12월(1.9%)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미국 연준(Fed)의 금리인하 속도조절 움직임도 동결 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공개된 새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지난해 9월 전망치(3.4%)보다 0.5%p나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안팎의 경제상황과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 한도를 9조원에서 14조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을 활용해 증액된 5조원 중 80%는 15개 지역본부, 나머지 20%는 서울본부에 각각 배정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전국의 저신용 중소기업으로, 자영업자를 포함하되 주점업과 부동산업은 제외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