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거부 윤 대통령, 이르면 오늘 구속영장
진술거부 등 비협조 … 조사 열람·날인도 안해
체포적부심 변수, 결과 보고 청구시기 결정할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계속 불응하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조사에도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가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측은 체포 이틀째인 이날 예정됐던 공수처 재조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언론을 통해 “윤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고 어제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사 받을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체포돼 과천 공수처 청사로 이송된 뒤 곧바로 공수처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가 제시한 체포·수색영장에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다는 등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200쪽이 넘는 질문지를 준비한 공수처는 이재승 차장과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가 번갈아가며 혐의 내용을 조사했지만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40분경까지 10시간 40분 가량 진행된 조사 내내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체포 직전 영상 메시지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된다. 그는 이를 통해 12.3 비상계엄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를 살리기 위한” 정당한 것이었으며 “공수처의 체포영장은 위법·무효”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수사기관의 조사는 철저히 무시하면서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지지층에 호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조사가 끝난 뒤 조서 열람·날인도 하지 않았다. 윤 변호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조서를 열람한 후 날인했으나 피의자 본인이 날인하지 않은 조서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로 효력을 갖지 못한다.
윤 대통령측은 또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 심사를 청구했다. 체포적부심은 수사기관의 체포가 부적법하거나 부당한지 여부를 법원이 판단해 석방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로 법원은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석방 여부를 판단한다.
체포 기한 역시 48시간이어서 실익이 없는 만큼 자주 이용되는 제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측이 체포적부심을 청구한 것은 공수처에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이 계속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조사 자체를 거부함에 따라 조사 시도가 의미 없다고 판단한 공수처가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르면 16일 중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체포적부심이 변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소준섭 판사는 이날 오후 5시 심문할 예정인데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체포적부심사 과정에 걸린 시간은 체포 시간에서 제외된다.
기한이 늘어나는 만큼 공수처는 체포적부심 결과를 보고 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체포적부심과 조사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적부심이 진행된다고 해서 조사를 하지 못하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오후 2시까지 나와 달라고 했고 기다려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