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내란 특검·민생 행보 ‘강온 양면책’…대선 주도권 포석
1.19 서부지법 난동 ‘폭동’ 규정 … 내란 특검법 공세 강화
5대 시중 은행장 면담 등 경제계 소통 ‘수권정당’ 면모 확보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후 더불어민주당이 내란 수습과 민생경제 회복을 투트랙으로 한 정국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란특검법 시행과 민생행보를 통해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및 IBK기업은행 은행장과 ‘상생 금융 확대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갖는다.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열리는 날에 맞춰 이 대표와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다. 민주당이 원내 1당이라고 하지만 집권당이 아닌 야당 대표가 주요 시중은행장과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를 이례적 행보로 보고 있다. 국회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다수당의 은행 줄세우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은 내수부진으로 고통받는 서민·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방안 마련과 더불어 민생경제 활력을 찾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최고위 회의에서 “변화의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경제로 이어지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고환율 고금리 시기 은행의 애로사항 청취와 함께 소상공인 등 금융약자에 대한 지원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재계·산업계·소상공인과의 소통을 강화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민생 회복을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당 기재 정책조정위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탄핵이 경제다’를 주제로 긴급토론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 김학균 신영증권리서치센터장 등과 함께 탄핵정국 장기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올해 경제정책 방향과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전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탄핵 정국 장기화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책임있는 정당이 해법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민주당은 민생회복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수권정당의 면모를 세우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취지로 읽힌다. 수도권 한 재선의원은 “지지율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에 수권정당의 자신감을 심어주고, 중도층에는 민생회복 능력이 있는 정당이라는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특검법 시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후 지지자들의 법원 난입·난동사건을 폭동사태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윤상현 김민전 의원 등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 함께 행동하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비판 공세를 통해 국민의힘 일부가 폭동사태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고 질타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비상계엄 내란 이후 국민의힘은 사법부 판단을 부정하고 지지자를 선동해 왔다”면서 “폭동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법치 확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최상목 대행을 겨냥해 “헌법과 법률수호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내란특검법 즉시 수용은 당연히 해야 할 조치”라고 강조했다. 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벌인 극렬 지지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내란 수습을 명분으로 특검법 수용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 17일 본회의에서 내란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당초 수사 대상에서 ‘외환 유도사건’, ‘국회의원 표결 방해사건’ 등을 빼고 수사기간과 수사인력도 수정했다. 특검법 수정안은 기존 안에서 11가지였던 특검 수사 대상을 △국회 점거사건 △선관위 점거사건 △정치인 등 체포·구금사건 △무기동원, 상해·손괴사건 △비상계엄 모의사건 △관련 인지사건 등 6개로 축소됐다. 김성회 대변인은 특검법 통과 이후 브리핑에서 “국회를 통과한 수정안은 국민의힘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법안”이라며 “국민의힘이 격렬히 반대했던 외환죄 혐의와 내란행위 선전·선동 혐의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고 수사팀 검사 수는 30명에서 25명으로, 수사관은 60명에서 50명으로, 수사 기간은 최장 130일에서 100일로 축소했다”고 강조했다. 여당 주장을 다수 수용한 만큼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없고, 재의결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여당 의원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정안에 대해 “외환죄와 내란 선전·선동죄 삭제는 눈속임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모든 사건을 겨냥할 수 있도록 만든 법안”이라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고집한 관련 인지 사건 수사 조항은 사실상 모든 수사를 가능케 하는 조항으로, ‘이재명의 정적’들을 겨냥한 무한 수사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사대상에서 ‘관련 인지사건’으로 포함시킨 조항을 지목한 것이다. 특검을 진행하면서 여당 소속 인사들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최 대행에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이 이재명 대표와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여당의 주장과 관련해선 “야당이 계엄을 발동했나. 이 대표는 재판을 거부하지 않았다”며 전형적인 물타기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야당 대표를 비판할 일이 있으면 별도의 장에서 하면 된다. 내란 사태에 갖다 붙이는 건 비겁하고 논리적이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