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협의체 가동될까…여야 입장차 커 ‘난항’
이번주 중 실무회의 개최 가능성
여야, 상대 탓 … 논의 진전 어려워
지난 9일 첫 실무회의를 가졌던 국정협의체가 두 번째 회의 일정을 쉽게 잡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회의에서 의미 있는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내란 특검법 수정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구속과 시위대의 난동 사태를 계기로 서로에 대한 갈등의 골이 더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직무 정지로 국정 운영의 구심점이 없는 상태에서 여야 모두 ‘민생 행보’를 통해 수권 정당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만큼 실무회의 개최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중 실무회의 개최 여부와 관련해 20일 국민의힘 관계자는 “설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전에 민생 문제 논의를 위해서 회의를 해야 한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무회의 개최는 여야간 직접적인 소통보다는 의장실의 적극적인 주선을 통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실은 이번 주 초 두 번째 실무회의 개최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집행된 지난 15일 “혼란한 상황이 일단락된 만큼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에 역량을 모아야겠다”면서 “국회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의원외교와 민생 안정을 위한 ‘국정협의체’의 조속한 가동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야 합의’를 강조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 정부 측에서도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해 협의체 출범을 계속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무회의가 열리더라도 협상 내용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얼마나 좁혀질지는 불분명하다.
국민의힘은 회의에서 계엄·탄핵 사태로 한계가 드러난 현행 헌법 개정과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금 개혁, 미래 먹거리를 위한 법안 처리가 시급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 개헌·연금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동시에 반도체산업특별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고준위방폐장특별법, 해상풍력법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4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등 장기적 과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할 사안이며, 당장 대내외 경제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엄·탄핵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민생 경제와 안보를 챙기는 게 협의회 구성의 취지인 만큼 개헌이나 연금 문제보다는 추경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에서 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반도체산업특별법의 경우 ‘주 52시간 예외 적용’ 등의 이슈로 민주당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으며,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현 정국 타개를 위한 여당의 ‘여론 전환용 카드’로 치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예산안 심사에서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이 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해놓고 이제 와서 추경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브랜드로 꼽히는 지역화폐를 위한 추경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서로가 협상 의제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주 실무 논의 테이블에서 어떤 내용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정협의체는 실무협의에서 안건이 조율되면 우 의장과 양당 대표, 최 권한대행 주도로 공식 출범하고, 이후 세부적인 내용은 여야 원내대표가 논의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