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첫 출석

2025-01-21 13:00:10 게재

역대 대통령 처음 … 계엄정당성·부정선거 의혹 등 주장할 듯

헌재, 3차 변론기일 … 계엄 당시 군 투입 관련 영상 증거 조사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 심판이 진행된 뒤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변론에 출석한다. 탄핵소추된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직접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등 종전에 탄핵소추된 대통령은 한 차례도 출석한 적이 없다.

‘12.3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보다는 탄핵심판이 먼저라며 적정한 시점에 참석해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2차 변론기일까지는 불출석하다가 구속되면서 출석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에는 여전히 불응하면서 앞으로 매주 2차례 열린 헌재 변론에는 지속적으로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 주변 경계 강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3차 변론이 열리는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경찰들이 출입을 통제하며 경계 근무를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헌법재판소는 21일 오후 2시부터 헌재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연다.

윤 대통령측 대리인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내일(21일)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출석한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 등에 관해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관들과 문답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변론에는 증인 없이 국회와 윤 대통령 양쪽만 출석한 채 채택된 각종 증거를 조사하는 절차를 밟는다.

앞서 헌재는 12.3 비상계엄 관련 언론 기사와 국회 본회의·상임위 회의록, 국회와 우원식 국회의장 공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를 증거로 채택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2차 변론에서 제출받은 CCTV 중 일부는 심판정에서 직접 재생할 필요가 있으니 국회쪽에 재생 시점을 특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국회쪽이 영상을 직접 재생하거나 증거의 요지를 설명하고, 윤 대통령쪽은 이에 관해 의견을 밝히며 반박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출석하면 2차 변론에서 대리인들이 주장했던 12.3 비상계엄의 배경과 필요성을 역설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이른바 ‘부정선거론’과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줄 탄핵’ 등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배경에 관해 헌재 재판관들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지난 16일 2차 변론기일에서 탄핵심판 청구가 부적합한 이유 4가지를 제시했다. △국회에서 부결된 탄핵소추안 재차 의결은 위법 △형법상 내란죄 철회는 국회 의결사항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 △탄핵소추권 남용 등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론으로 인한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필요성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측 대리인인 배진한 변호사는 당시 “대통령은 현 상황을 비상사태로 확신했다. 국헌문란인 부정선거에 대한 정보가 많았고 의혹을 밝히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라며 “선관위 서버 해킹이 발견됐고 유권자 등록현황 관리가 부실했으며 투표지 무단인쇄가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측은 부정선거 의혹과 더불어민주당의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연속적인 탄핵 시도 등을 지적하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또 계엄에 관여한 다수 군인이 윤 대통령의 무력 사용 지시를 증언한 것 등과 관련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앞으로 윤 대통령은 예정된 변론기일에 계속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앞으로 가능하면 헌재 기일은 다 출석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면 된다”면서도 “변경사항 발생하면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헌재는 이날 윤 대통령 측에서 제출한 증거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수사 기록, 윤 대통령 영상 메시지 등을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도 이날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열리는 탄핵 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하기로 하면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은 이른 아침부터 긴장감이 맴돌았다.

경찰 차량이 헌법재판소 울타리를 따라 늘어섰으며 버스 차벽으로 헌재 앞 도로는 4개 차선 중 2개 차선만 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헌재 정문에는 이중으로 경찰 저지선이 설치됐고 정문 안쪽에는 경찰버스 3대가 차벽을 이루고 있다.

오후 1시 인근 집결을 예고한 지지자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지난 19일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분노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서 폭력 난동 사태를 일으킨 만큼 경찰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기동대 등이 헌법재판소 정문과 뒤편 담장 등 곳곳에 배치됐고 경찰관들은 곳곳에서 A4용지를 들고 충돌 상황 등에 대비한 작전을 논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기동대 64개 부대, 4000여명을 배치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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