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호처 강경파 구속 재추진
안가·경호처 잇달아 압수수색 시도, 증거인멸 명분 쌓기
총기·실탄 준비 증언 확보설 … 김 차장 “사실 무근” 해명
경찰이 대통령경호처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불청구한 강경파 지휘부에 대한 재청구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경찰 안팎에서는 경호처장 사퇴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훈 차장이 20일 경찰의 안전가옥(안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불허했다면 비상계엄과 관련한 증거 인멸을 시도한다는 정황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20일 삼청동 안가과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 재시도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특수단은 이날 오후 1시 35분쯤 삼청동 안가 폐쇄회로(CC)TV 확보를 위해 현장에 수사관을 보냈다. 이후 오후 5시 10분쯤 경호처로부터 압수수색 집행불능사유서를 받고 안가에서 철수했다.
안가 CCTV 관련 서버가 있는 대통령실 청사 내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도 무산됐다.
경호처는 군사기밀이나 공무상 비밀 장소의 압수수색에 책임자의 승낙을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110조·111조’를 근거로 압수수색에 불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은 경호처에 CCTV와 비상계엄 문건 관련 자료에 대한 임의 제출을 요구했고, 답변은 공문으로 달라고 요청했다.
◆기존 영장으로 압수수색 시도 = 이날 압수수색 시도는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한 것은 아니다. 기존에 발부받은 영장 집행 기한이 남은 데 따른 추가 집행이라는 것이 특수단의 설명이다.
특수단은 지난해 12월 27일에도 안가와 대통령실에 수사관을 보내 같은 내용의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경호처가 진입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3시간가량 대치하다 복귀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확보한 뒤 계엄 선포 전후로 안가에 누가 드나들었고,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3일 계엄 선포 3시간 전 안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계엄 관련 지시사항 문건을 전달받았다.
또 계엄 해제 당일인 4일에는 박성재 법무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이완규 법제처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이 윤 대통령과 모임을 가졌다.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 적극 검토” = 경찰이 약 한 달 만에 다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사실상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구속되고, 경호처 간부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특히 경찰이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증거 인멸 우려 등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돼 재청구를 위한 포석도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호처장 사퇴로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 차장이 이번 압수수색을 불허했다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증거 인멸을 시도한다는 정황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수단은 20일 공지를 통해 “앞서 특수단이 신청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서 불청구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광우 경호처 경호본부장을 석방했다”면서 “검찰의 구속영장 불청구 이유는 자진출석했고,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재범우려가 없으며 증거인멸 우려 등이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특수단은 범죄혐의가 소명됐고, 특히 공범 등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기 준비’ 진술설 돌아 = 이런 가운데 경찰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체포 총기 사용 검토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특수단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특수단 조사에서 경호처 관계자가 ‘윤 대통령은 2차 체포영장 집행 5일 전인 지난 10일 경호처 부장단과 오찬에서 “(체포영장 집행 때) 총을 쏠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런 윤 대통령의 질문에 김 차장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이후 이 본부장은 지난 10~12일 사이 대통령 관저 무기고에서 기관단총 두 정과 실탄 80발을 관저 안 가족경호부로 옮겨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체포영장 집행 1~2일 전 관저에 근무하는 경호관들에게 “제2정문이 뚫릴 경우 기관단총을 들고 뛰어나가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제2정문은 윤 대통령이 머무는 관저 앞에 있는 문을 의미한다.
다만 체포영장 집행 당일인 15일 대부분 경호처 직원이 이 본부장 등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화기 사용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김 차장측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총기 사용 검토 지시 역시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시위대가 매봉산을 통해 대통령 관저에 불법 침입할 것이라는 제보가 있었다”면서 “이 본부장이 외곽을 경비하는 관저 데스크(초소 개념)의 총기 2정을 관저동 내부 데스크(가족동 초소)에 배치해 경계근무를 강화한 것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경호처 간부 오찬에서 물리력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마찰 없이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측도 공지를 내고 “대통령으로부터 총기사용 검토를 지시받은 바 없으며, 이에 대해 검토를 한 바도 없다”며 “허위사실에 대한 검증이나 확인 없는 무책임한 보도는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