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소추 사유·의혹 모두 부인
“국회의원 체포 지시 안해” “비상입법기구 쪽지 준 적 없다”
국회 “부정선거 의혹 제기, 탄핵쟁점 아냐 … 헌재 제한해야”
헌재, 23일 김용현 증인신문 … 이상민·박춘섭 증인 추가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직접 출석한 자리에서 일부 제기된 의혹은 물론 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선포한 포고령은 형식적인 것으로 실제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정치인 체포·사살 지시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비상입법기구 관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쪽지를 준 적도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21일 오후 2시부터 윤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일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전부 부인했다.
먼저 문형배 대행은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계엄 선포 후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문 대행은 또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이런 계엄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며 “기사 내용도 부정확하고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장관은 그때 구속되어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40분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라는 취지의 문건(쪽지)을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최 대행은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비상계엄 국무회의에서 받았다는 쪽지의 내용을 묻자 “내용은 자세히 보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준 것은 아니고, 그 자리에서 실무자가 저에게 준 참고자료”라고 답한 바 있다.
◆“포고령은 계엄 형식 갖추기 위한 것” = 이와 함께 윤 대통령 측은 국회의 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차기환 변호사는 “포고령은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이지 집행할 의사가 없었고 집행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며 “집행의 구체적인 의사가 없었으므로 실행할 계획도 없었고, 포고령을 집행할 기구 구성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포고령 1호는 외형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김용현 장관이 초안을 잡아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검토·수정한 것”이라며 “굳이 말하자면 포고령 1호는 국회의 불법적인 행동이 있으면 금지하고자 하는 것이지, 결코 국회의 해산을 명하거나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금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국회에 군을 투입한 이유에 관해서는 “망국적 행태를 국민에게 알리고 시민이 몰리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차 변호사는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의혹’에 대해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 당시 결코 법조인을 체포·구금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며 “한동훈 여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바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대표를 사살하라는 터무니없는 지시를 한 바가 없는데 그런 황당한 주장을 탄핵소추 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그 부당성에 대해 더 말할 필요가 없다”며 소추 사유를 부인했다.
윤 대통령도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국회 의결이)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가)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다. 그렇지만 저는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대리인단이 주장해온 ‘부정선거론’에 관해서는 “계엄을 선포하기 이전에 여러 가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게 많이 있었다”며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장비의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 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린(점검)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지시한 것)”고 했던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회 측 대리인 김진한 변호사는 “피청구인 측에서 주장하는 부정선거는 아무 근거가 없으며, 탄핵심판 쟁점도 아니다”며 “부정선거 주장을 방치하면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헌재가 제한해달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측 최소 24명 증인 추가 신청 = 이날 헌재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통령실 박춘섭 경제수석을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은 다수 국무위원을 포함해 최소 24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가 야권의 ‘국정 운영 방해’ 탓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박 수석은 2월 6일 오후 3시 30분, 이 전 장관은 2월 11일 오전 10시 30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헌재는 오는 23일에는 예정대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한다.
같은 날 신문이 예정됐던 조지호 경찰청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재소환을 보류하기로 했다.
문 대행은 국회 측에 조 청장을 증인으로 유지할지 검토해 달라고 했다.
앞서 증인 채택된 이진우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다음 달 4일,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은 6일 각각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