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 Z세대가 재편하는 사회·문화 지형도

2025-01-23 13:00:05 게재

모든 시대는 그 시대만의 고유한 가치관을 형성한다. 오늘날 집단적 가치관의 변화속도는 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몇년 동안 중국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은 큰 변화를 겪어 왔다. 아직 청년세대에 속하는 필자조차도 ‘Z세대’와의 세대차이를 크게 느끼게 된다.

전통적인 혈연 중심 사회와 달리 중국 젊은이들의 소셜네트워크 방식은 많이 다변화 세분화됐다. 젊은이들은 친인척들과의 왕래를 대폭 줄여 혈연 중심의 인적유대를 더 이상 중시하지 않는 추세다. 정서적 유대를 추구하면서도 가족 친척 등 전통적인 ‘강한 관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 친구, 동호회 친구 등 ‘약한 관계’에서 더 많은 정서적 만족을 찾는다. 고민 상담이나 대화가 필요할 때 젊은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전문가를 더 선호한다.

젊은이들은 일상적인 사교활동보다 깊이 있는 대화와 가치공감을 추구하는 소셜네트워크로 전환하고 있다. 그들은 프라이버시와 경계감을 중시하며 지나친 정서적 투자와 복잡한 대인 관계를 피하기 위해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려 한다. 소셜미디어와 서브컬처 그룹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인터넷에서 공통된 관심사나 사건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셜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인간관계를 재구성한다. 라이프 공유, 문화 엔터테인먼트, 기술 학습 등 다양한 관심사 그룹에 가입해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한 네트워크 내에서 자신의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킨다.

혈연에서 가치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 변화

이전 세대가 개인 생활까지 희생하며 일 중심적 삶을 살았던 것과 달리 중국의 젊은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며 개인의 성장과 가정생활에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배분하기를 원한다. ‘슬로우 라이프’와 ‘심리적 부담 덜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언론에서는 젊은이들이 직장에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늘고 있다. 더 이상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전통적인 ‘996 근무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휴식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으려 한다. 이러한 직장문화의 변화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복지와 근무환경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이전 세대처럼 명품과 사치품을 맹목적으로 추구하지 않고 제품의 본질적 가치, 특히 소비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문화적·상징적 가치를 중시한다. 가성비가 높고 개인 취향에 맞는 상품을 선호하며 국산 브랜드와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과 자부심이 크게 높아졌다. 2024년 중국 청년소비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중시하고 실질적 가치를 추구하며 모든 지출이 가치 있는 즐거움을 가져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청년신문 조사에서는 52.6%의 젊은이들이 상품 구매 시 브랜드보다 품질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소비’ ‘대체품’ 등의 개념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소비 시 감정적 가치와 개성화된 경험을 중시하며 품질이 우수하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오프라인 문화 행사, 여행 등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활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공연산업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콘서트와 음악축제의 티켓 판매 수익은 전년 대비 134.7%, 관객수도 63.4% 증가했다. 특히 5000명 이상의 대형 콘서트가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또 젊은이들은 여행을 생활의 필수요소로 인식하며 단체여행보다는 개인화·소형화된 맞춤형 여행을 선호한다. 더불어 유명 관광지나 인기 지역보다는 개성과 특색 있는 소수 관광지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가치소비’ ‘개인화된 경험’ 공략이 핵심

중국 젊은세대의 가치관 변화는 가정 구조, 비즈니스 모델, 직장 문화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 사회에서는 소가족화, 소비의 개인화, 직장 내 수평적 관리 등의 새로운 트렌드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새로운 소비 방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젊은세대의 가치관 변화를 주목하고 이에 맞춘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특히 젊은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소비’와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중요하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왕푸동 산동사회과학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