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재계 긍정적인 ‘조기추경’에 국민의힘만 ‘반대’
“민주당 단독통과 예산안 문제 생기면 편성”
“이재명 선거 돕는 ‘이재명표 추경’ 안 돼”
성장률 전망치 예상보다 빠르게 추락 중
설 연휴 소상공인 등 민심 이후 바뀔지 주목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여야간 힘겨루기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놓고 주도권 경쟁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제기한 후 재계, 한은총재에 이어 예산편성권을 가진 정부에서 사실상 추경편성 의지를 보여주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은 총재를 직접 찾아가 사실상 항의하는 등 방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에 힘을 실어줄 추경을 최대한 막아서겠다는 의지 해석된다.

23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아예 추경 자체에 대해 반대하면서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면서 “그러니 탄핵정국에서 점점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데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정협의체도 가동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025회계연도 예산안’을 증액심사 없이 감액한 채로 사실상 단독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곧바로 ‘조기 추경’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같은달 17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 4단체 수장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나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 편성을 요청했다. 올해 들어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20조원이상 조기 추경편성’을 제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구체적인 추경 규모까지 언급하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고 이어 최 권한대행이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 원칙하에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처음으로 추경편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금껏 정부는 ‘조기집행에 주력하겠다’며 ‘추경편성’ 자체를 거부해왔다.
이는 경기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깊게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성장률이 2.0%로 예상치를 밑돌았고 특히 지난 4분기에는 0.1% 성장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6~1.7%로 낮춰 잡았다. 정부(기획재정부)가 예상했던 1.8%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다. 글로벌 투자은행 8곳의 평균치는 1.7%이고 자본연구원은 1.6%로 예상했다. 민주당(민주연구원)은 1.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계엄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를 맞아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어 앞으로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전선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추경편성 요구와 요건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강도를 높여 ‘대규모 조기 추경’을 앞세우고 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국민의힘은 더욱 강하게 막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8명은 전날 ‘15조~20조원의 빠른 추경’을 언급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찾아가 사실상 ‘정치적 압력’을 가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 총재가 (한은의)중립성과 독립성을 상실하고 월권적 재정 확대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다. 비공개 만남에서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이 총재의 발언이 민주당의 추경 편성 요구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 총재의 추경편성 발언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 개진’으로 해석하며 “속사정, 발언의 배경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어 방문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1분기까지 조기집행 후에 추경을 검토하자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주도권을 민주당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하겠지만 국회에서 심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표 추경’이나 ‘이재명표 추경’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예산안 확정과정에서도 확인된 부분이다.
실제로 최 권한대행의 추경편성 시사 발언 이후 송 의원은 “이번 추경 시사 발언은 지역사랑상품권 확대를 고집하는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결과가 아닌지 심각히 우려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경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조기 집행 방식으로 1분기 정도 지나고 나면 예산 편성이 안 돼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면 그 부분은 그때 다시 논의할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올해 예산안의 문제점이 드러난 이후에 추경 편성에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 요구하는 추경이라는 게 전부 대부분 지역 화폐 추경”이라며 “이재명 표 추경, 이재명 선거 운동 하는 추경을 하자고 하니까 못 하는 거”라고 했다.
설 연휴 민심을 충분히 확인한 국민의힘에서 계속 1분기 조기 추경을 거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날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은 추경이 필요하다는 매우 필요하다는 ‘2025년 실태조사’를 내놨다. 추경이 ‘매우 필요하다’가 81.6%, ‘다소 필요하다’가 10.7%였다. 류필선 소공연 전문위원은 “많은 소상공인들이 올해 경기 회복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92.3%의 소상공인들이 추경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가용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내수 경기 부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박준규 박소원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