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수 시작도 안됐는데 성장률 추락 가속

2025-01-24 13:00:14 게재

소비 등 내수 부진 장기화, 수출마저 하향세 뚜렷

“미국 관세정책 따라 수출 타격 명목GDP 0.33%↓”

한은, 내외 불확실성 확대하면 0.4%p 하방 추정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수출마저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 변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우리 경제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내상을 입었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로 잠재성장률 추정치에 턱걸이한 한국경제는 새해들어 안팎의 불안 요인으로 장기 침체에 빠질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거시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한마디로 ‘내수 부진의 장기화에 수출까지 둔화하는 양쪽 엔진이 고장난 상황’으로 집약된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3일 기자설명회에서 “올해 1분기까지도 민간소비는 회복세가 전망치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새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져 수출도 부진이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내수와 외수의 동반 부진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치로 확인된다. 한은이 23일 발표한 지난해 실질GDP 성장률 추이를 보면, 작년 2분기(-0.2%) 역성장 이후 3분기(0.1%)와 4분기(0.1%) 연속 미세한 성장에 그쳤다. 1분기(1.3%) 깜짝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지난해 2분기 이후 사실상 성장이 멈춘 셈이다.

원인은 내수 부진 때문이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연간 1.1% 성장에 그쳤다. 특히 4분기(0.2%)는 계엄 사태와 항공기 사고 등에 따른 소비심리의 급격한 위축이 소비를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건설투자는 연간 -2.7%로 역성장했고, 설비투자만 1.8% 늘었지만 4분기(1.6%)는 성장세가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성장세를 받쳐 온 수출도 확연한 ‘상고하저’ 양상을 보였다. 연간 수출 증가세(6.9%)는 컸지만, 3분기(-0.2%)와 4분기(0.3%) 둔화가 뚜렸했다. 따라서 지난해 성장률(2.0%)에서 1.8%p 기여도를 보인 수출이 부진해지면 전체 성장세의 기세가 완전히 꺾일 수 있다는 경고다.

한 거시경제 전문가는 “지난해 항공기 사고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양쪽 엔진이 모두 기능을 못한 것과 비교된다”며 “한쪽 엔진(내수)이 꺼지면 다른쪽 엔진(수출)이라도 살아있어야 하는데,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모두 꺼질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올해 우리나라 실질GDP 성장률 전망치도 추가 하방 압력이 강하다는 관측이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전망치(1.9%)에서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지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내수회복 지연 등을 이유로 최근 1.6~1.7%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계엄에 따른 파급으로 성장률을 최소 0.2%p 끌어내릴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미국발 ‘트럼프 변수’가 아직 시작도 안됐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트럼프 보편관세의 효과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이 각국에 보편관세 10%와 중국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대미 수출은 약 9% 감소하고, 명목 부가가치도 약 7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우리나라 명목 부가가치의 약 0.33%로 실질GDP도 최소 0.3%p 끌어내릴 수준이라는 평가다.

한은도 22일 발표한 ‘트럼프 행정조치 주요 내용’ 분석 보고서에서 “불공정 무역관행 등 조사결과에 따라 향후 대규모 무역 흑자국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보편적 관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수정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1.9%)를 내놓으면서도 비관적 시나리오의 하나로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에 따라 세계 무역이 급격히 위축되면 0.2%p 추가 하방압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한은이 자체 집계한 전망치에서도 내부 변수(-0.2%p)와 외부 변수(-0.2%p)에 따라 최소 0.4~0.5%p의 성장률 하방 요인이 잠재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과 함께 통상과 기후 및 에너지, 국경 및 이민 등의 내용이 포함된 46개 행정조치에 서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가운데 통상과 관련한 향후 조치가 주목된다. 이날 행정명령에는 상무부와 무역대표부 등 관계부처에 △불공정 무역행위 △국외수입청 설립의 타당성 △중국과의 경제·무역 관계 등에 대해 조사하고 그 결과를 4월1일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따라서 향후 중국을 비롯한 대미국 무역 흑자국에 대한 별도의 통상정책 변화가 수반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시점은) 아마도 2월 1일”이라고 말해 대중국 관세인상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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