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의료정상화를 위한 2월의 시간표
2025년도 의과대학 교육대책 마련을 위한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신입생 수강신청을 앞두고 의대생들의 교육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 제시가 시급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의대 업무를 전담하는 의대국을 신설하고 전국 40개 의과대학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의료계의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강경한 입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중지되면서 정부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의료계를 향해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2026년 의대정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이주호 사회부총리는 비상계엄 포고령 내용과 관련해 전공의와 의료진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며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정부가 기존의 강경한 태도를 일부 완화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 할 만하다. 하지만 단순한 사과를 넘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의대생 7500명 교육 대책 마련 시급
현재 의대 교육현장이 직면한 도전은 결코 작지 않다. 지난해 휴학한 1학년생 3500여명이 복학하고 올해 신입생 4000명이 더해지면 최대 7500명의 학생이 동시에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들이 40개 대학에 분산된 만큼 당장의 수업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한다.
현재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정부 내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다. 최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안을 조율하고 있지만 이를 주도할 명확한 책임자가 부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 부총리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총리는 이미 의료계와 접촉하며 협의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대승적 결단”을 강조하며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일부 인사들은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갈등해결보다는 정책적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통령실은 더 이상 직접 개입하지 말고 사회부총리가 중심이 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동안 의대정원 확대를 주도했던 대통령실의 사회정책 수석이 배제된 만큼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여건이 조성됐다. 정부는 이 기회를 활용해 의료계와의 협의를 실질적으로 진전시켜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내년도 대입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2월 말까지는 의대정원 문제에 대한 윤곽이 나와야 한다. 대입 일정이 수험생의 혼란을 막기 위해 사전예고제로 운영되는 만큼 이 시한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른다면 의대 신입생은 계속 뽑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교육은 이뤄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내년에 한 학년이 7500명에 5000명이 더해져 1만2500명이 되면 사실상 의학교육은 붕괴한다.
정부는 통계상의 숫자가 아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의 교육공백 사태가 지속된다면 기존에 양성하던 의사마저 실질적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미 올해만 3000명의 의사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고 이대로 가면 또 3000여명이 줄어 2년간 6000명이 배출되지 않게 된다. 정부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에만 매달린 채 이러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의료 인력이기 때문이다.
실질적 합의 도출하기 위한 2월 시한 임박
의료계는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요구 사항을 정리해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문제가 있었지만 증원 자체를 전면 거부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계도 합리적인 증원 규모와 시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1년 가까이 이어진 의료계 갈등으로 인한 국민의 피로감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응급실을 비롯한 필수의료 현장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일반 국민의 불편과 고통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2월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이 점을 엄중히 인식하고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나서야 할 때다.
김기수 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