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경호처 김성훈·이광우 구속영장 반려에 ‘수사 방해’ 논란

2025-02-03 13:00:36 게재

경찰, 증거인멸 우려 속 잇단 반려에 반발 … 검찰, 국수본 간부 거주지 압수수색

대통령경호처 내 강경파들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검찰이 잇달아 반려하자 경찰 안팎에서 사실상 수사 방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영장을 다시 신청할 방침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신청한 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전구속영장을 반려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에도 경찰이 신청한 이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반려했다. 당시 검찰은 반려 사유로 김 차장 범죄사실에 ‘윤석열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만 담겨있어, 해당 혐의는 재범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경찰은 ‘구속이 필요한 사유’에 대통령실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하는 등 비상계엄 이후 김 차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포함시켰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영장이 반려됐다며 반발했다. 이후 특수단은 지난달 24일 증거인멸과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범죄사실로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새로 입건된 혐의와 관련한 법 규정을 확인할 부분이 있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야권서도 “비화폰 수사 협력하라” = 경찰 내부에선 ‘수사 방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증거인멸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인데도 검찰이 일주일이 지나서야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수사 방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 압수수색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구속이 늦어지면서 내란 수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도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구속영장 반려 직후 서면 브리핑을 내 “내란 핵심 인물들이 전부 비화폰으로 얽혀 있다”며 “통화 내역을 확인하면 내란 준비와 실행 과정 전반을 밝혀낼 수 있다는 건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검찰은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막았던 대통령경호처 강경파의 구속영장을 또다시 반려했다”며 “검찰은 공연히 논란을 키울 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경호처 강경파 인사들을 구속기소하고 비화폰 수사에 협조하라”고 강조했다.

이광우 경호처 경호본부장(사진 좌)이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윤 대통령 체포 방해 책임 공방까지 = 이런 가운데 특수단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1차 체포영장 집행 불발 이후 경찰에 출석하기 직전에 2차 집행 대비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은 “한남동 관저에 차벽과 철조망을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람이 박 전 처장”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박 전 처장의 지시는 그가 사표를 내고 경찰에 처음 출석한 10일까지 계속됐다고 한다. 이 본부장 주장대로라면 2차 체포영장 집행 방해에서 자신은 물론 김 차장의 역할은 미미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또 기관단총 MP7과 실탄 80발을 배치하라고 경호관들에게 지시한 것과 관련해 “경호처장 확인이 필요없는 전결사항”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탄 사용은 처장 권한이지만, 단순 배치의 경우 경계근무 강화 차원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민주노총 시위대의 침입에 대비하는 차원이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경찰은 이 본부장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처장이 사직서를 제출한 당일인 지난달 10일 윤 대통령이 경호처 부장단과 오찬을 갖고 이 자리에서 “총을 쏠 수는 없냐”고 언급했다는 경호처 관계자 진술 등을 확보했다.

특수단은 또 박 전 처장과 김 차장, 이 본부장이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경호처 내에서 대립각을 세웠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박 전 처장이 경호처를 떠난 후인 지난달 15일 2차 체포영장 집행 때는 김 차장의 지시를 경호관들이 거부하고 사무실 등에 머물렀다.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경찰 = 한편 경찰은 잇단 구속영장 반려로 경호처 강경파 수사에 난항을 겪으면서 검찰 수사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이번 압수수색의 대상은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 이현일 수사기획계장의 거주지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9일에도 국수본 등을 압수수색하며 이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무장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주요 인사 10여명과 선관위 직원을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려고 한 행위가 내란 혐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윤 조정관, 전 담당관, 이 계장 등이 방첩사 요청을 우종수 국수본부장 등에게 보고하고, 경찰관 10명의 명단을 전달하는 등 체포조 운영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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