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보호무역의 첫번째 시험무대

2025-02-04 13:00:02 게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관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들이 1차 타깃이다. 작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공언했던 관세율 인상이 결코 립서비스(구두위협)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자유무역이라는 잣대로 보면 보호무역에 대한 트럼프행정부의 태도는 확신범에 가깝다고 본다. 관세율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미국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점은 보호무역이 초래할 부작용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트럼프행정부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인상하면서 “(관세부과로) 고통이 따를까? 그렇다. 그러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이 모든 것은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발언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 향해 첫 관세전쟁 포문 연 트럼프

1기 트럼프행정부 시기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는 “경제적 효율성, 낮은 인플레이션, 기업이익이 다가 아니다”라면서 “더 이상 미국인이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 살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국산 제품을 싸게 수입해와 판매하는 유통자본의 이익보다 미국의 제조업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됨으로써 파생되는 비용이 더 크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득세와 법인세가 없고 관세만 존재했던 19세기 후반이 미국 역사상 가장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시기라고 주장했다. 19세기가 저물어가던 1896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공화당의 윌리엄 맥킨리 후보는 민주당의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이때부터 대공황 발발 시기까지 이어지는 공화당의 황금기가 시작됐다.

당시 대통령 선거의 주된 이슈는 미국의 화폐제도였다. 맥킨리 후보는 금본위제를, 민주당 브라이언 후보는 금은 복본위제를 통해 화폐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미국 북부의 금융과 산업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했고, 민주당의 정책은 디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던 농민들의 이익을 대변했다. 라이언 프랭크 바움이 쓴 ‘오즈의 마법사’는 이 당시의 논쟁을 다룬 동화이다.

결과는 공화당 맥킨리 후보의 승리. 중상주의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었던 이 시기, 맥킨리 대통령은 금 보유량을 늘리기 위해 관세율을 인상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 또한 금융자본가 JP모건과 석유재벌 록펠러 등 거대 자본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해친다는 반독점의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던 시기도 맥킨리 재임기였다. 여기에 미국-스페인 전쟁을 통해 쿠바를 사실상 장악했고, 필리핀을 무력으로 제압해 식민지로 만들었다. 보호무역, 독점자본에 배치되는 노동자 이익 옹호, 미국 중심의 내셔널리즘 등 요즘의 트럼프행정부와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모습들이 19세기 후반에도 나타났다.

고평가 부담 큰 미국 기술주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영향 줄 가능성

트럼프정부는 다소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보호무역적 행태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의 약한 고리는 미국의 자본시장이다. 보호무역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미국의 시장금리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주식시장은 금리상승에 취약한 성장주들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가격 부담이 매우 커져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은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고평가 부담이 큰 미국의 기술주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핵펀치로 이름을 날렸던 복서 마이클 타이슨은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링에 오르지만, 한번 얻어 맞으면 공포에 떨면서 얼어 붙을 것이다”라고. 보호무역은 트럼프행정부의 진심이라고 보지만 금융시장의 교란은 그들의 믿음을 시험하는 첫번째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