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AI 적자가 약점
최대 750억달러 IPO 추진 … 머스크 의결권·2조달러 몸값도 논란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고 종목코드 ‘SPCX’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IPO 규모는 최대 750억달러로 거론된다.
스페이스X의 강점은 분명하다. 회사는 저렴한 발사 비용을 앞세워 우주 발사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FT는 스페이스X가 2023년 이후 매년 궤도에 오른 전체 질량의 80%를 실어 나르며 시장을 선점했다고 전했다.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타링크 가입자는 2023년 230만명에서 2024년 440만명, 2025년 890만명으로 늘었다. 스타링크 부문 영업이익은 2024년 20억달러에서 2025년 44억2000만달러로 증가했다.
문제는 스타링크가 벌어들인 돈보다 더 빠르게 새 사업이 돈을 태우고 있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는 2025년 매출 187억달러를 올렸지만 49억4000만달러 손실을 냈다. 2024년 7억9100만달러 흑자에서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46억9000만달러에 순손실 4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분기 매출에 가까운 손실이 난 셈이다.
손실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의 AI 기업 xAI와 소셜미디어 X를 품은 뒤 로켓 기업을 넘어 AI·우주·통신을 묶은 복합기업이 됐다. FT는 스페이스X가 지난해 AI 하드웨어에 약 130억달러를 썼고 AI 부문에서 약 64억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투자설명서는 “우리는 순손실의 역사가 있으며 앞으로 수익성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머스크의 구상은 지상 데이터센터에 그치지 않는다. 스페이스X는 태양광으로 전력을 얻고 우주의 진공 상태를 냉각에 활용하는 궤도 데이터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AI 연산 수요를 우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스타십 로켓의 성공에 크게 의존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조지 퍼거슨 선임 방산 애널리스트는 스타십이 NASA의 과거 평균 발사 비용인 kg당 1만8500달러를 185달러로 낮추는 것이 우주 데이터센터와 저궤도 위성망 전략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지배구조 논란도 크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에게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갖는 클래스B 초과의결권 주식을 부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머스크는 클래스A 주식 12.3%, 클래스B 주식 93.6%를 보유해 전체 의결권의 85.1%를 장악한다. FT는 머스크가 클래스B 주주 과반 동의 없이는 의장이나 CEO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도록 설계돼 있어 사실상 해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계열사간 거래도 투자자가 살펴볼 대목이다. FT는 스페이스X가 지난해 테슬라로부터 사이버트럭 1억3100만달러어치를 소매가격에 샀다고 전했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의 에너지저장장치 메가팩 5억600만달러어치도 구매했고, xAI도 2024년 초부터 2026년 2월까지 테슬라에 7억3100만달러를 지급했다. 스페이스X 투자자가 사실상 머스크의 여러 회사가 얽힌 생태계에 투자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밸류에이션은 더 뜨거운 논쟁거리다. FT 렉스 칼럼은 스페이스X가 1조7500억달러 가치로 평가될 경우 미국 증시 7위 기업이 되지만, 연매출 190억달러 기준으로는 식품회사 제너럴밀스와 비슷한 200위권 기업이라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이스X 가치가 연매출의 최대 100배 수준으로, 테슬라의 16배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IPO는 스페이스X의 현재 실적보다 머스크의 미래 서사에 값을 매기는 시험대다. 스타링크와 로켓 발사 사업은 이미 강력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2조달러 안팎의 몸값을 정당화하려면 AI, 우주 데이터센터, 스타십, 화성 사업까지 줄줄이 성공해야 한다.
스페이스X는 우주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든 회사이지만, 상장 투자자에게는 혁신의 과실뿐 아니라 머스크 변수와 고평가 부담도 함께 안기는 기업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