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논의 급물살 탈까 …내란·트럼프 리스크에 공감대 확산
최 대행 ‘추가 재정투입’ 발언 이후 여야 한걸음씩 물러서
4일 국정협의체 2차 실무협의서 추경편성 공식논의 전망
규모·용처에는 여야 이견 … 헌재재판관 임명 등도 걸림돌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가 빨라질 조짐이다. 부진했던 내수가 내란사태로 더 얼어붙어서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가 가시권에 들면서 세계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여기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치권에 추가 재정투입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여야 추경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에서 열리는 국정협의회 2차 실무협의를 계기로 추경 편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기재부도 ‘추가 재정투입 필요’ = 최근까지도 정부는 “추경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일단 재정 조기투입을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검토할 사안이란 설명이었다.
하지만 2월초를 기점으로 ‘긍정기류’로 돌아섰다.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최 대행은 정치권에 ‘추가재정투입 논의’를 공식 요청했다. 그는 “민생·경제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겠다. 정치권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추가 재정투입에 대해 국정협의회를 열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정부가 입장을 바꾼 뒤 여야도 한발씩 물러나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나 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을 못 하겠단 태도라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 그러자 국민의힘도 “여야정 합의체에서 추경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도 “2월 임시국회에서는 여야가 조기 추경에 합의해야 한다”며 “추경 시기와 구체적 내용을 두고 여야가 이견이 있지만 우선 추경 규모에 합의하고 구체적 내용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좁혀나가기를 제안한다”고 보탰다.
◆여야정협의체 논의 주목 = 이같은 기류 변화는 내수경기 침체에 미 신정부 출범으로 어느때보다 경제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이기도 하다. 추경이 편성된다면 코로나19 막바지였던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예상되는 추경규모는 15조~25조원 수준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8%)와 잠재성장률(2%) 간 격차를 보완할 수 있는 15조~20조원 규모 추경 편성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20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하면 성장률을 0.2%p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다만 추경 시기나 용처 등을 놓고 여야가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원만한 협의가 이뤄질지는 두고봐야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민생경제를 회복하고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진 성장률 하락을 감안하면 최소 30조원 수준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문제나 내란특검법 처리 등을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 중이란 점도 걸림돌이다. 언제든 여야 대화채널이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계엄 뒤 경기여건 악화엔 공감 = 정부와 정치권이 조기추경에 공감하게 된 배경은 경기여건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탓이다.
우선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내란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저성장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으로 관세장벽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내수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국경제를 떠받치던 수출마저 어렵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2%, 경상 GDP는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토대로 올해 예산안을 짰다. 하지만 내란사태 이후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정부는 지난달 초 성장률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올해 실질 GDP는 1.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고 경상 GDP 증가율 전망치는 3.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1.6~1.7%로 내릴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결국 6개월여 만에 실질GDP(2.2%→1.8%)가 0.4~0.6%p가 하향 조정됐다. 이 간극을 국가재정투입을 통해 메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본예산이 상당히 긴축적으로 짜였고 계엄 등 돌발변수가 생긴만큼 추가재정투입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엄중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정치와는 별개로 국정협의회를 통해 여야와 정부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기대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