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정치 일삼던 윤 대통령, 뒤늦게 “단합”… 재분열 가시권
윤 대통령, 당 지도부 면회서 “당 분열되지 말라”
취임 직후 이준석 축출 … 측근 한동훈과도 충돌
찬탄·반탄으로 분열 초래 … 대선서 재충돌 예상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단합을 강조했다. 재임 2년 반 동안 여당을 친윤(윤석열)과 비윤으로 나누고, 12.3 계엄을 통해 여당을 다시 찬탄파(탄핵 찬성파)와 반탄파(탄핵 반대파)로 분열시킨 윤 대통령이 이제와서 “당이 단합해 나를 지켜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재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보수 분열도 점쳐진다.
윤 대통령은 3일 국민의힘 지도부(권영세 비대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을 면회했다.
권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당이 분열되지 말고 2030 청년이나 우파 내 다양한 분들이 한 데 어울려 일사불란하게 가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나 의원은 “(윤 대통령은) 당이 하나가 되어서 2030 청년들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줄 수 있는 당의 역할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분열되지 말고 아스팔트 보수까지 보듬는 포용을 발휘해 탄핵 정국에 맞서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 직면한 윤 대통령은 여당이 일사불란하게 자신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지만, 여당의 분열은 애당초 본인이 부추겨왔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친윤에 의해 당에서 쫓겨났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과 친윤 의원들을 앞세워 당을 장악했고 비윤을 배척했다.
여당은 2023년 12월 한동훈 비대위체제 이후 다시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윤 대통령은 오랜 측근인 한 비대위원장과 ‘김건희 여사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여당은 친윤과 친한(한동훈)으로 나뉘어 ‘한 지붕 두 가족’ 꼴이 됐다.
윤 대통령은 여당과 별다른 상의 없이 12.3 계엄을 저질렀다. 탄핵이 추진됐고 여당은 다시 탄핵 찬반으로 나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2월 14일 실시된 윤 대통령 탄핵 표결은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가결됐다. 여당에서 최소 12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이 최소 12명에 달하는 것이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유력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도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이 초래한 계엄 때문에 여당이 다시 찬탄파(탄핵 찬성파)와 반탄파(탄핵 반대파)로 분열된 상태인 것이다.
결국 조기 대선이 가시권에 들어올 경우 여당은 단합은커녕 재분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대통령 탄핵을 놓고 주요 대선주자와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강성보수층 눈치 보기에 급급한 여당 지도부와 친윤 의원들은 찬탄파에게 날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양측의 충돌이 예상되는 것이다.
찬탄파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조기 대선 출마도 변수다. 이 의원은 지난 2일 “정치 판갈이를 하겠다”며 조기 대선 출마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민주당 후보와 맞붙는 ‘3자 필승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 이 의원은 “나는 간다면 끝까지 간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의원이 조기 대선을 완주할 경우 ‘여당 분열’과 함께 ‘보수 분열’도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