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관위 투입하면 되겠네”
윤 대통령 1000명 군 투입 지시 정황
검찰, 내란수괴 지목 … 20일 재판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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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곤 소방청장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 사항을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전달했고, 이 차장은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전화해 ‘포고령과 관련해 경찰청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잘 협력해 달라’고 반복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허 청장은 황 본부장에게 전화해 ‘경찰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내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증언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재외공관을 통해 대외관계를 안정화 시켜라’는 내용이 기재된 문서를 건네고,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 지시사항이 담긴 문건을 전달한 사실도 적시됐다. 국무위원들이 계엄이 위헌·위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후속조치 등을 지시했다면 내란 가담 혐의로 기소될 수 있다.
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일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군 병력 투입 규모를 논의한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금 만약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서 약 2만~3만명 정도 동원돼야할 것인데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윤 대통령이 경찰력을 우선 배치하고 군은 간부 위주로 투입하는 방법을 얘기하면서 다시 “간부 위주로 투입하면 인원이 얼마나 되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수방사 2개 대대, 특전사 2개 여단 등 약 1000명 미만이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그 정도 병력이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하면 되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는 김 전 장관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250명 가량 소수 병력만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것과는 크게 차이 난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서 “계엄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했지만 공소장에는 이와 배치되는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이 숱하게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6회 전화해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라고 했고 이진우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에게는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당시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증언도 공소장에 기재됐다.
윤 대통령이 이같은 지시를 통해 군 병력을 국회에 투입,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을 저지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오는 20일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20일 10시로 정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