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체 신규 신용대출 1.1조 늘때 극저신용자 5.2조 줄어

2025-02-06 13:00:27 게재

<개인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최근 2년새 금융 양극화 현상 심화 … “불법사금융, 추가 이자부담 최대 2.5조”

“정책 서민금융으로는 턱없이 부족” … 서금연, 정책금융·대부업 통합 플랫폼 제안

최근 2년간 금융권 전체 신규 신용대출이 1조1000억원 증가할 때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 극저신용자 대출은 5조230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여파로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금융권 전체적으로 신규 대출이 늘고 있지만,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은 신용대출을 축소하고 있어 신용평점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정책금융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서민금융시장을 활성화하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원장 안용섭, 서금연)은 6일 ‘저신용자에 대한 대부업 포용성 확대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대부업과 정책금융을 연계하는 통합플랫폼 구축을 제안했다.

서금연이 NICE평가정보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전체 신규 신용대출은 132조5200억원으로 2022년 131조1400억원 대비 1조12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신용평점 하위 10% 이하의 경우 신규 신용대출 규모는 지난해 10조3700억원으로 2022년 15조6000억원에서 5조2300억원(3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의 신규 신용 대출(신용평점 하위 10%)은 2조2600억원에서 1조300억원으로 1조2300억원 감소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결과는 불법사금융 이동에 노출된 극저신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저성장기에 저신용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 이용자수는 2018년 약 41만명에서 2022년 82만명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최근 집계된 자료는 없지만 서금연은 지난해 불법사금융 시장 이동 규모를 최소 3300억원에서 최대 47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대부협회에서 밝힌 불법사금융 평균금리가 약 535%인 것을 고려하면 서민들이 추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최소 1조7000억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서금연은 정부의 정책금융이 극저신용자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정책 서민금융제도’를 통해 불법사금융으로의 이동을 일부 완화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나, 정책 서민금융의 금융 소외자 포용률은 16.6%에 불과하다”며 “저신용자를 포용하기 위한 자금 규모는 최소 5조2000억원(하위 10%)에서 최대 7조3000억원(하위 20%) 수준이라는 점에서 정책 서민금융이 포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정책 서민금융상품이 최저생계비 특례보증, 소액생계비 상품(하위 10%)을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하위 20%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금연은 대부업체와 서민금융진흥원이 협력해 고위험 차주를 위한 금융상품 공동 개발 필요성을 제시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된 차주를 정책 서민금융 상품으로 자동 연결하는 통합플랫폼 구축과 대부업체가 적합한 정책상품을 추천할 수 있는 구조 마련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부업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제도 개편도 강조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를 고정형으로 하고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 서민금융 영역에서는 기준금리와 조달금리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정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부업체의 원가금리는 22.2~23.1%로 추정된다. 현재 연 20%로 최고금리가 고정된 상태에서는 신규 대출을 해줄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또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극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소액 대출상품(페이데이론)의 경우 일반금융업과 별도의 규정으로 규율하고 높은 금리를 허용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서금연은 “단기소액대출 상품의 도입은 접근성이 절실한 서민이 불법 고금리와 불법추심이 자행되는 불법 사금융 시장에 내몰리는 것을 최소화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정책 당국자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대부업 원가구조 개선을 통한 저비용 자금조달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가 서민금융 공급 활성화를 위해 우수대부업자 제도를 도입하고 은행권 차입을 허용했지만 고금리 원가구조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은행 차입 비율을 확대하는 제도적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서금연은 “대부업과 서민금융진흥원과의 상생 방안, 민간부문 확대는 한계에 봉착한 서민금융 여건 하에서, 극저신용자의 포용성을 높여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며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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