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폭력성 ‘긴급개입’ 근거 추진

2025-02-13 13:00:32 게재

하늘이법 제정, 정부 추진에 여야 힘실을 듯 … 가짜뉴스·혐오 확산 우려

교사가 정신질환 등으로 정상적인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당국이나 학교장이 직권휴직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는 이른바 ‘하늘이법’이 추진된다. 특히 교원이 폭력성 등으로 특이증상을 보였을 때 교육당국이 긴급하게 개입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시도교육감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사안의 무게를 엄중히 인식해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가칭 하늘이법 추진을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1학년 학생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부총리는 또 “신학기를 앞둔 학부모의 불안과 우려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학생 안전을 빈틈없이 점검하고 외부인의 학교 출입 통제, 학교 내 안전 강화, 늘봄학교 안전관리 등 안전대책을 면밀히 살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기관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과 책임을 규명할 것”이라면서 “유가족 지원, 학생과 교원의 심리 정서 지원 등 학교 현장의 조속한 안전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하늘아 나쁜 기억 까먹고 하늘에선 행복하게…”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12일 오전 학교 관계자가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편지 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있다. 학교 정문에는 시민들이 붙여놓은 쪽지와 꽃, 인형, 선물들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가해교사, 병가·휴직 반복 =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가해 교사인 명 모씨는 정신질환을 이유로 병가와 휴직을 반복했다. 명씨는 사건 직전에도 6개월 휴직했다가 20여일 만에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내고 복직했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신체적 질환이 있는 교원의 교직 수행이 가능한지 심의해 필요하면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특히 명씨는 범행 며칠 전 학교 컴퓨터를 파손하고 동료 교사를 폭행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 참한 시도교육감들은 대체로 교육부 방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교육감들은 교원의 상태 진단과 의료기관과의 협력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 마련과 학내 사각지대 폐쇄회로(CC)TV 설치 확대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안전 사각지대가 될 수 있는 늘봄과 방과후 시간 등 학교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교육청에서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운영하지만, 제 기능을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학교 관리자 권한과 의사결정 구조, 구성원 간의 갈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여야 대표들도 법 개정 약속 = 여야도 정부의 하늘이법 입법 추진에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일 저녁 하늘양 빈소가 마련된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를 찾아 조문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하늘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생님에게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것에 정치인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유족들에게 죄송하다”며 “하늘이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 내외부에서 아이들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하고 예방하는 조치를 반드시 취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학교를 믿고 선생님을 믿었는데 이런 참혹한 일이 벌어져 가족들이 얼마나 아플까 이런 생각이 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만드는 걸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확산에 2차 가해 우려도 = 이런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이 확산되다.

실제로 하늘이 아버지는 빈소를 찾은 의원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2차 가해에 대한 피해를 막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가해 교사가 조현병을 앓고 있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과 다른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자신을 의과대학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우울증 환자들을 가리키며 피해망상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고자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신질환을 앓는 이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큰 해를 끼치는 ‘재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울증을 앓는다고 해서 타인을 해치는 극단적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려우며 범행 방식 등을 볼 때 병적인 우울증과도 관련지을 수 없다는 것이 정신의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른 커뮤니티에는 가해 교사가 미혼이라고 주장하며 결혼 여부가 폭력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거나, 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 출신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단체 출신을 폄훼하는 글도 상당수 올라왔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날 “가해 교사로 지목된 여교사는 조합원이 아니다”면서 “해당 학교나 교육청에 어떠한 압력이나 영향력도 행사한 적이 결코 없다”고 밝혔다.

장세풍·이명환·박소원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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