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화폰 서버 등 증거 인멸은 막아야”

2025-02-20 13:00:34 게재

경찰 ‘경호처 강경파’ 신병확보 실패에 수사 활로 고심 … 영장 반려 검찰에 비판 쏟아져

경찰이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잇달아 반려되자 수사를 계속 진행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비화폰이 12.3 비상계엄 사태 진상 규명의 핵심 단서로 떠오르면서 야권과 법조계 일부에서 검찰이 경호처의 증거 인멸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김 차장 등에 대한 수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하거나, 고등검찰청에 설치된 영장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는 방안 등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지난 18일 ‘경호처 강경파’로 꼽히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각각 세 번째, 두 번째 반려했다. 특히 이번에는 보완수사 요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이 확보한 채증 영상이나 관련자 진술, 최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 등 증거를 종합해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김 차장 등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 판단이라도 받아봐야” = 하지만 경찰은 불청구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소한 법원의 판단이라도 받아보거나, 검찰 처분에 대한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영장반려 직후 경찰 안팎에서는 자체적으로 영장청구가 가능한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는 방안이 많이 거론됐다. 특수단은 공수처와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해 비상계엄 수사와 윤석열 대통령 체포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이들에게 적용한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의 수사범위에 해당한다. 또 고위공무원에 해당하는 김 차장은 수사대상이며 이 본부장의 경우 공범에 해당돼 수사대상이 된다.

하지만 특수단이 처음부터 맡았던 사건인 만큼 경찰이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수단도 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원회에 심의 신청을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영장심의위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고검에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다.

심의위는 위원장 1명과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특수단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때문에 할 수 있는 방안을 다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윤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의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수본은 공수처와 서부지법을 통한 우회영장 발부라는 꼼수 술책을 즉각 중단하라”며 “국민변호인단은 경찰 국수본과 공수처가 불법 꼼수 이첩을 감행할 경우 즉시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과 공수처를 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사진 연합뉴스

◆경찰, 경호처 증거인멸 시도 증언 확보 = 이런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와 관련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검찰의 잇단 구속영장 반려가 비상계엄 사태 진상 규명의 핵심 단서인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 저지 등 경호처의 증거 인멸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일부에서는 내란 공모에 가담한 검찰 고위층을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차장의 구속을 막는 것은 내란의 블랙박스인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막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검찰도 내란 공범이라는 사실이 들통날까 봐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을 이렇게까지 감싸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비화폰은 국가적 보안 사항이나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제작한 비밀 대화가 가능한 휴대폰이다. 통화 음성이 암호화되기 때문에 도·감청과 녹음을 할 수 없다. 수·발신 기록은 대통령실 경내에서 경호처가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됐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화폰은 정부 부처 장관, 군 각급 부대 지휘관, 정보기관 등에 제한적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비상계엄 국면에서 경호처가 2018년 전역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호처가 비화폰 관리 권한을 활용해 계엄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김 차장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경찰의 경호처 압수수색 다섯 번을 모두 막았다.

경호처가 주요 증거 인멸을 시도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김 차장이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해 12월 중순쯤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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