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들, 가자지구 재건 계획 발표
“하마스없는 임시기구가 통치”
3월4일 아랍정상회의서 확정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국가 대표들이 3단계에 걸쳐 팔레스타인 지역을 재건하고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없는 통치 방식을 제안했다. 이 계획은 오는 3월 4일 아랍연맹 긴급 정상회의에서 확정 발표될 예정이라고 프랑스 르몽드가 22일 보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21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랍국가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200만명의 가자지구 주민을 몰아내고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였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히며, 이집트가 제안한 3단계 가자지구 재건계획을 논의했다고 에미레이트 일간지 더 네이션이 보도했다.
네이션지가 공개한 계획은 3~5년에 걸쳐 3단계로 구성됐다. 이에 따르면 1단계는 안전지대에 일시적으로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잔해를 치운다. 2단계는 재건을 포함하며, 국제 기부자들을 한데 모으는 국제회의를 조직한다. 3단계에서는 2국가 솔루션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 과정이 다시 시작된다.
아랍 지도자들은 세계은행이 추산한 530억 달러(506억 유로)에 달하는 재건 자금 조달과 가자 지구를 통치할 거버넌스에 대한 통일된 입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집트의 제안은 가자 지구를 통치할 위원회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데, 이 위원회는 현지 유명 인사와 공무원으로 구성되도록 했다. 2007년부터 이 지역에서 권력을 잡고 있는 하마스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 기구를 설립할 책임을 맡을 것이지만, 그들의 대표는 참여할 수 없다. 지역 보안은 이집트가 선정하고 훈련시킨 현지 경찰에 위임될 것이다. 특히 이집트는 재건을 감독할 독립 기관과 유럽연합, 유엔, 그리고 무엇보다도 걸프 국가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국제 기금의 창설을 요구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걸프 국가들은 재건 노력이 새로운 폭력의 순환으로 인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거부한 것을 이 계획의 실행에 가장 심각한 장애물로 보고있다. 이를 달래기 위해 이집트는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당국이 통치에 관여하지 말라는 이스라엘의 요구에 부합하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 하마스는 과거에 이 지역의 통치를 양보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했지만 무장 해제는 거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랍의 대안을 고려할 의향이 있는 듯하다고 르몽드는 보도했다.
2월 중순 중동을 순방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아랍 국가의 대안 제안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그것이(자신의 계획이) 정말 효과가 있는 계획이라고 생각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앉아서 추천할 뿐”이라고 말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