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 김성훈 경호차장·이광우 경호본부장 구속영장 ‘고검’ 갔다
경찰 ‘영장반려 적정한지 판단해 달라’ 심의 신청 …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이른바 대통령경호처 내 강경파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잇달아 반려되자 수사를 계속 진행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던 경찰이 결국 상급 검찰청에 심의 신청을 제기했다. 한때 고위공직자수사처 이첩설이 돌았으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처음부터 맡았던 사건인 만큼 자체적으로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를 수용한 것이다.
24일 특수단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을 관할하는 서울고등검찰청에 김성훈 경호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심의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해당 검사의 지방검찰청 관할 고등검찰청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검찰의 처분이 적정했는지 심사하는 기구가 영장심의위원회다. 전국 6개 고검에 설치된 심의위는 위원장 1명과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다.
특수단은 심의 신청과 관련해 공수처와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과 공수처는 지난해 12월 11일 국방부 조사본부와 ‘12.3 비상계엄’ 사태를 합동 수사하기 위한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를 계속해오고 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 저지를 주도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해 경찰 비상계엄 특수단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각각 세 차례, 두 차례 반려했다.
또 검찰은 이들이 수사기관에 2회 자진 출석했고, 현 지위와 경호업무의 특성 등을 종합해 볼 때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여기에 수사 경과와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상황에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불청구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최소한 법원의 판단은 받아보거나, 검찰 처분에 대한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영장반려 직후 경찰 안팎에서는 자체적으로 영장청구가 가능한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하는 방안이 많이 거론됐다. 특수단은 공수처와 공조수사본부를 구성해 비상계엄 수사와 윤 대통령 체포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현행 공수처법에 따르면 이들에게 적용한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는 공수처의 수사범위에 해당한다. 또 고위공무원에 해당하는 김 차장은 수사대상이며 이 본부장의 경우 공범에 해당돼 수사대상이 된다.
하지만 특수단이 처음부터 맡았던 사건인 만큼 경찰이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따라 특수단은 서부지검을 관할하는 서울고검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한편 경찰은 앞서 검찰에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때 경호처 내부 문건도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경우 공무집행방해 등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경호처 판단이 문건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 지시는 증거인멸 소지가 있다는 경호처 내부 문건도 구속영장에 함께 첨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화폰은 국가적 보안 사항이나 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제작한 비밀 대화가 가능한 휴대폰이다. 통화 음성이 암호화되기 때문에 도·감청과 녹음을 할 수 없다. 수·발신 기록은 대통령실 경내에서 경호처가 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됐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화폰은 정부 부처 장관, 군 각급 부대 지휘관, 정보기관 등에 제한적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비상계엄 국면에서 경호처가 2018년 전역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호처가 비화폰 관리 권한을 활용해 계엄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김 차장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경찰의 경호처 압수수색을 다섯 번 모두 막았다.
특히 경찰은 김 차장이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해 12월 중순쯤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