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내려 경기 떠받치기

2025-02-25 13:00:03 게재

작년 10월 이후 세차례 0.75%p 인하

내수부진 장기화, 수출 불확실성 심각

성장률 전망, 올해 1.5%… 내년 1.8%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 둔화 방어에 나섰다. 내수부문의 침체가 커지고 수출까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은은 25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3.00%에서 2.75%로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은행권의 가계 및 기업대출 금리가 내려가 소비와 투자여력이 더 커진다. 한은이 지난해 10월 이후 세차례 걸쳐 0.75%p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가계는 연간 9조원 이상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추산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75%p 내리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연간 5조1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1인당 164만원에 해당한다. 특히 여러 곳의 금융회사에서 빚을 낸 자영업자 다중채무자는 연간 이자 부담이 3조6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빠르게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 여력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이전보다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는 연 4.72%로 집계됐다. 전달(4.79%)보다 0.07%p 내리긴 했지만 9월(4.23%)과 10월(4.55%)보다 각각 0.49%p, 0.17%p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은 이 기간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을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확대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실질 이자 부담을 끌어올렸다.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에 원가 마진 등을 포함한 가산금리를 더한 뒤 고객 신용도 등을 따져 우대금리를 통해 최종 산출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은행권 대출이자가 내려가지 않자 금융당국도 가산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이제는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올해 연간 전망치를 0.4%p 이상 조정한 것은 지난 2022년 11월 당시 이듬해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p 낮춘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과 11월(1.9%)까지 연속 하향 수정했다.

이날 한은의 경제전망은 비상계엄 이후 불확실성을 주요 변수로 판단했다. 이미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계엄사태 영향(-0.2%p)을 반영해 성장률을 1.6~1.7%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밝힌바 있다. 정부도 지난 14일 ‘최근 경제동향’에서 “최근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또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1.8%를 유지했다. 우리 경제가 올해와 내년 2년 연속으로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준의 저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각각 1.9%를 유지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향후 물가상승률은 낮은 수요압력 등의 영향으로 점차 둔화해 목표 수준(2%) 부근에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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