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좌식생활 건강수명 위협

성인 하루 9시간 앉아서 생활…만성질환 위험 높여

2025-03-04 13:00:07 게재

현대인 좌식생활 늘어 만성질환 위험 … 엉덩이 기억상실증 급증, 1시간마다 최소 10분 서기를

하루 중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을 건강에 가장 치명적인 생활습관이라고 한다. 인류는 역사시대 이전부터 생존을 위해 사냥과 농사 등을 하면서 직립보행, 서서 활동하는 생활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산업사회로 진입하고 앉아서 하는 노동과 이동·활동 시간이 늘어났다. 문제는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경각심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활동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렀다. 좌식생활은 앉아서 에너지를 거의 소모하지 않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업무나 학습 중 앉아있는 시간,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 등도 포함된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민건강지표에서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만성질환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국내외 보건의료전문기관들과 전문가들은 좌식생활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관련해서 좌식생활이 신체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개선점들을 살펴본다

현대인은 앉아 있는 시간이 인류역사상 가장 길다. 산업사회에서는 이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좌식생활은 근골격계 질환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 암 발생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4일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센터장은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근육의 기능이 쇠퇴하는 현상”이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움직임을 제한하게 돼 온 몸의 근골격계 문제에서 우울증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뇌과학자이자 노화생리학 전문가인 제임스 굿윈은 저서 ‘건강의 뇌과학’에서 “앉아서 지내는 생활방식은 지속해서 낮은 수준의 신체활동과 더불어 심장병이나 고혈압 당뇨 비만 그리고 암을 포함해 거의 모든 주요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며 “더 오래 앉아 있을수록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은 커진다”고 밝혔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랜 좌식생활은 만성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청소년 하루 평균 11시간 앉아서 생활 =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하루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2023년 9.0시간으로 나타났다. 2018년 8.3시간, 2014년 7.5시간에서 더 늘어났다.

특히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경우 하루 평균 11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평일에 학습 이외의 목적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 2017년 2.6시간에서 2023년 3.4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 청소년과 성인 모두 전반적으로 좌식생활 시간을 늘어나면서 건강에 위험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10년간 20대는 신체활동 식생활 음주 비만이 모두 악화되어 40대 50대에서 큰 폭으로 늘어나는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 위험요인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50대는 남녀 모두 만성질환율이 높음에도 건강행태 및 비만이 악화돼 만성질환 중증화 예방을 위한 관리가 시급하다고 질병관리청은 보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텔레비전 시청, 컴퓨터 작업, 운전 등 좌식생활이 현저히 증가하면서 좌식생활과 각종 만성질환 발생 간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성인 하루 좌식시간이 10시간 이상인 경우 좌식시간이 1시간 미만인 경우에 비해 모든 종류의 사망률이 34%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오랜 좌식생활은 엉덩이기억상실증을 일으켜 근골격계 문제를 낳는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오랜 좌식, 염증 발생-텔로미어 단축 = 제임스 굿윈에 따르면 앉아서 지내는 생활방식은 필연적으로 아동 비만율 증가와 건강 악화 그리고 자존감 상실과 사회활동 및 학업성취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성인의 경우 TV시청 시간과 일상적으로 앉아 있는 총 시간 그리고 자동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해 실질적으로 모든 다른 질환에 따른 사망률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150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보면 하루 10시간 동안 앉아 생활하면서 적절한 일상적인 운동을 40분도 하지 않은 이들의 신체와 건강상태는 그들보다 8년은 더 나이든 사람의 상태와 같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지방(허리둘레) 증가와 함께 굶을 때조차 혈류 내 지방이 증가했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혈당도 함께 상승했다. 인슐린 저항성 증가는 실질적으로 포도당에 대한 내성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노화의 대표적 특성이다. 더 오래 앉아 있을수록 근육을 덜 사용하게 돼 생기는 것이다.

훨씬 우려스러운 것은 오랫동안 앉아있는 생활 습관은 ‘체내 염증’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체내 염증은 노화의 신호다. 체내 염증이 많을수록 신체는 더 빠른 속도로 노화된다. 혈중 포도당수치가 높아지면 염증을 촉발하고 이는 체내는 물론 뇌동맥경화로 이어진다. 또한 염증은 체내 지방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저장된 지방이 체중 감소에 더욱 저항하도록 한다.

그리고 하루에 화면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한 시간 늘 때마다 텔로미어(DNA를 보호하는 염색체 말단 부위)길이를 짧게 할 가능성은 7%씩 높아진다. 텔로미어의 단축은 수명단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두뇌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연구결과 앉아 있는 습관은 알츠하이머의 전조라는 사실이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사례의 약 13%는 활동 부족의 결과로 추정된다. 앉아있는 시간을 25% 줄이면 전 세계에서 약 100만건의 알츠하이머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엉덩이 기억상실, 병원에서 원인 해결 못해 = 정 센터장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의 쇠퇴 현상에는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는 게 있다. 엉덩이근육은 인간이 직립하고 보행하고 뛸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근육이다. 근육량이 많아 신체대사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허벅지 뒤쪽 근육도 코어근육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허리의 직립을 도와 계단 등을 올라갈 때 큰 역할을 한다. 발목과 무릎까지 근육 체인을 연결하는 고리인 셈이다.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뒤쪽 근육의 기능약화와 근력소실(일명 : 엉덩이 기억상실증)은 추간판탈출증, 장경인대염 등 근골격계 문제에서 우울증, 심혈관질환, 당뇨 등 만성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뒤쪽 근육의 기능약화와 근력소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서야 한다. 서는 것만으로 운동이 되지 못하지만 최소한 엉덩이근육의 소실을 막는 효과는 있다. 한시간에 최소 10분은 서 있는 걸 추천한다. 쉬는 시간에 동료와 서서 대화를 하든가 화장실을 갔다오든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좋다.

최근 이런 장시간 좌식생활 문제로 스텐딩책상도 각광을 받고 있다. 만약 오랜 시간 앉아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책상과 테이블을 스탠딩이 가능하도록 바꾸는 것도 좋다. 이외에 최소한 한시간 이상 앉아 있었다면 한번씩이라도 일어나 제자리에서 걷기, 엉덩이돌리기, 시쿼트 동작을 하고 앉기를 권한다.

직장에서는 일터의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 노동환경을 주기적으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바꾸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휴게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짧은 이동이 가능한 노동환경 배치도 중요하다. 모니터 등을 오랜시간 보고 작업해야 한다면 작업테이블을 스탠딩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추가로 쉬는 시간에도 최대한 앉지 않는게 중요하다.

이미 10분 이상 서 있으면 힘들고 앉고 싶은 생각이 커진다면 ‘엉덩이 기억상실증’은 시작된 셈이다.

정 센터장은 “발목 무릎 대퇴골 통증은 물론 허리디스크 등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는 앉은뱅이병은 병원에서 그 원인을 해결해 줄 수 없고 증상을 완화할 진통제와 주사치료만 반복된다”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 앉는 시간을 줄이고 서 있는 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좌식생활이 치명적이라는 인식 중요 =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좌식생활시간이 늘어남을 대응하기 위해 2020년 ‘좌식행동 및 신체활동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18세에서 64세까지 성인의 경우 좌식생활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주일간 최소 2일은 근육강화운동을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하거나 △최소 75분 이상의 고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같이 실천할 것을 권장한다.

중강도 신체활동은 대화가 가능하고 땀이 나는 수준으로 골프 댄스 걷기 자전거타기 등이 있다. 고강도 신체활동은 대화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숨이 차는 수준으로 달리기 줄넘기 수영 축구 테니스 등이 있다.

하민성 서울시립대 교수는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하루 중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하더라도 신체활동의 긍정적인 영향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하루 30분 이상의 신체활동은 좌식생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건강관리를 위해 꾸준한 신체활동 실천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굿윈은 “앉아 있는 습관이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을 몇 주 측정해 보기 △그 측정시간의 평균을 내서 다음 4주에 걸쳐 그 시간을 20% 줄이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 △서 있을 수 있으면 앉지 않기를 원칙으로 세우라고 제안했다. 제임스 굿윈은 이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오래 앉아 있는 생활방식에서 오는 피해를 상쇄하려면 적절하거나 격렬한 운동을 ‘매일 60~75분’ 동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은 “신체활동 부족은 WHO가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을 만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므로 생애주기별로 권장하는 신체활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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