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엔비디아, 반전 있을까
사상최대 매출에도 딥시크·트럼프관세에 불안감 … 17일 개발자 콘퍼런스 주목
엔비디아는 지난달 26일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하락을 겪었다. 하루뒤 8.5% 급락한 120.15달러로 마감하면서 시가총액 3조달러도 무너졌다. 이는 2018년 11월 이후 가장 큰 실적 발표 후폭풍이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가들이 분기 수익성 감소와 중국 내 칩 판매에 대한 실적 우려를 지적하자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실적 발표 때에도 되풀이 된 것이란 게 WSJ의 설명이다. 시장 분석 기업 ORATS(Options Research & Technology Services)의 데이터에 따르면 과거 12번의 실적 발표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평균 8% 가량 움직였다.
작년 11월 22일 3분기 실적 발표 전 주가는 4% 이상 상승했으나 정작 발표일인 22일과 25 일간에는 7% 이상 떨어졌다. 작년 2분기 실적 발표에 즈음한 8월 12일부터 19일까지는 16% 이상 오르다가 실적 발표 이후 7일간 총 24%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번 실적 발표가 증시에서 문제가 된 건 엔비디아의 분기 이익률 추이였다. 작년 4분기 이익률이 71%였는데, 이는 전 분기(73%)보다 낮고, 전년동기(75%)에 비해선 크게 낮아진 탓에 불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작년 4분기 실적 데이터는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수치다. 매출은 39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 2024년 연 매출은 전년보다 114% 늘어난 1305억달러였다. 4분기 데이터센터 수익은 356억달러로 기록, 3분기보다 16%, 1년 전보다 93% 증가하며 엔비디아 매출을 견인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특히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블랙웰 매출이 4분기에만 110억달러였다”면서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른 제품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 외에 엔비디아 주가가 크게 흔들린 사유는 ‘딥시크(DeepSeek)’ 여파와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추진이다.
중국 AI 기업인 딥시크는 지난 1월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을 덜 사용하면서도 정교한 AI 추론(reasoning)을 구축했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엔비디아 주가는 5일 연속 10% 이상 빠졌다.
딥시크 뿐 아니라 구글, 오픈AI 등 경쟁자들이 추론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딥시크 R1 같은 효율적인 모델이 나타나면 엔비디아 GPU에 대한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때문이다.
젠슨 황은 지난주 전문가들과의 통화에서 추론은 데이터 학습보다 100배 이상의 컴퓨팅 성능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우리의 컴퓨팅 대부분은 사실상 추론에 사용되고 있고, 우리는 블랙웰을 설계할 때부터 추론 모델을 염두에 두었다”며 향후 매출 증가를 자신했다.
트럼프의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도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엔비디아의 미래 실적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트럼프는 3일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모두 20%로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장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8.7% 급락했다. 트럼프는 엔비디아의 지난달 실적 발표 다음날인 27일 SNS 소셜트루스에 올린 글에서 이달 4일부터 중국에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예고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엔비디아의 주가 향방과 관련, 오는 17~21일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GTC 2025’가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가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 콘러펀스인 이 행사는 전 세계 최대 AI 콘퍼런스다. 올해는 특별히 양자컴퓨팅 세션이 개최되고, 로보틱스가 행사의 중심에 선다.
여기에서 차세대 먹거리인 ‘블랙웰’ 후속 플랫폼 ‘루빈’에 대한 내용이 자세하게 공개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가 엔비디아의 하이프사이클(Hype Cycle: 기술의 성숙도에 따른 흐름을 표현하는 사이클) 논란과 딥시크 충격을 만회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예상한다. 작년 ‘GTC 2024’에는 개최일부터 6일 연속 8%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젠슨 황은 현재 1조달러(1450조원)인 AI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5년 뒤엔 두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MS는 오픈AI와 1000억달러(145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6년간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구글은 10억유로(1조 4814억원)를 투자해 핀란드 소재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메타는 AI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에 새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며, 총 비용이 2000억달러(29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최대 60억달러를 투입해 멤피스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엔비디아 GPU 10만개를 구매할 계획이란 CNBC의 보도, 아마존이 향후 10년간 데이터센터 건설에 1000억달러(14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WSJ의 보도도 이미 지난해에 나온 바 있다.
젠슨 황은 이런 전망을 배경으로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세가 앞으로도 탄탄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실적발표 때 엔비디아의 내년 1분기 매출을 43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