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
최근 일본에서는 2025년 춘투를 위한 노사 교섭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 춘계 임금 인상률은 전체적으로 약 5%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년(5.1%)과 유사한 수준의 높은 임금 인상률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목표로 하는 6% 이상 임금인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2024년 중소기업 임금 인상률(4.45%)에 근접한 4%대 초반 수준 임금인상이 실현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장기간 지속된 엔저로 인한 물가상승, 쌀값 폭등, 그리고 일본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지원 조치 종료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 물가가 높은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그 결과 임금이 크게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계속 감소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임금 크게 올랐지만 물가 상승분 반영한 실질임금 계속 감소
2017년 일본에서는 '노동력은 부족한데 왜 임금은 오르지 않는가'라는 책이 출간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책에서는 임금이 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가설과 분석을 제시했는데, 그중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고령자와 여성 취업자의 증가가 평균임금을 낮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일본정부가 고연령자고용안정법 개정과 여성 활약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고령자와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서 전체적인 평균임금 상승을 상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 비정규직근로자의 임금수준은 정규직근로자의 67 %에 불과한 상태다(2023년 기준).
한편 실제로는 노동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나타내는 유효구인배율은 여전히 1을 초과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수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에는 공공직업안정소를 통한 구인 외에도 민간 채용 시장에서의 구인이 증가하고 있어, 공공직업안정소의 통계인 유효구인배율만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보통신업과 건설업을 비롯한 특정 산업 및 사회 기능을 유지하는 에센셜 워커(essential worker)는 부족한 반면, 중고령 일반 사무직은 과잉공급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한 업종의 임금은 크게 인상되고 노동력이 남아도는 분야의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거나 인상 폭이 제한적이어서 결과적으로 평균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노동력 확보를 위해 청년층의 임금인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며 인상률을 높게 책정하는 반면, 중고령자의 임금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정부와 기업 실질임금 상승 위해 어떤 대책 추진하는지 주목할 필요
일본생산성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과 1인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각각 29위와 32위를 기록, 이는 지금까지의 조사 중 가장 낮은 순위다. 또한 일본정부가 2019년부터 추진한 ‘일하는 방식 개혁’으로 인해 노동시간이 감소한 것도 실질임금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준 종사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9년 1669시간에서 2023년 1636시간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빠르게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향후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정부와 기업이 실질임금 상승을 위해 어떠한 대책을 추진해 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정책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