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룰 면제’로 홈플러스 유동화증권(ABSTB) 급증했나

2025-03-18 13:00:24 게재

비우량 기업 무분별한 자금조달 통로 이용

금융위 “규제 강화 시 자금조달 경색 우려”

홈플러스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 기업구매카드 기초 유동화증권(ABSTB) 발행을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해 1월 시행된 개정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서 기업구매카드 유동화증권의 의무 보유(5%룰)를 면제하면서 비우량 기업들의 무분별한 자금조달 통로로 이용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기업구매카드대금을 기초로 발행된 유동화증권 발행금액은 총 4019억원에 달한다.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이 상품은 신영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인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를 설립해 ABSTB를 발행·주관했다. 유동화증권 계약을 맺은 현대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 등 3곳은 자산보유자에 해당한다. 신용등급이 낮았던 홈플러스의 경우 주로 대형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과 일반 법인을 대상으로 소매 판매됐다.

이런 가운데 작년 1월 시행된 자산유동화법률에서 기업구매전용카드 기초 유동화증권 등 5% 의무 보유 조항이 삭제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2020년 유동화증권제도 종합개선방안의 일환으로 자산유동화법률 개정안을 검토하면서 유동화증권 발행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자산보유자에게 위험보유 규제를 도입하는 안을 골자로 논의해 왔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도 유동화증권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이미 도입한 제도로 기초자산 부실 위험 관리를 위해, 자산보유자 등 자금조달 주체가 유동화증권 지분을 일부(5%) 보유토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하지만 2024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지난 2023년 말에 5% 의무보유조항 대상에서 기업구매카드 유동화증권 등이 삭제됐다.

홈플러스 등 비우량 기업이 유동화시장에서 수천억원의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과정에서 카드사들이 시장에 부실을 대거 전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에서 기존 기업구매전용카드 기초 유동화증권 등 5% 의무 보유 조항을 삭제하면서 사태의 불씨를 키웠다는 비판이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경우 예전부터 ABSTB를 지속적으로 발행해 왔고 작년 12월에만 약간 금액이 증가한 것으로 5%룰 면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년 위험보유가 면제되는 유동화증권 유형으로 기업구매전용카드를 포함했던 이유는 ABSTB가 기본적으로 비우량 자산은 아니라고 판단해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규제를 강화할 경우 자금조달이 경색돼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