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미얀마 온라인 사기 조직에 강경 대응

2025-03-21 13:00:00 게재

전력·인터넷 차단에도 지속

여전히 10만명 활동 중

태국 정부가 국제 공조를 통해 미얀마 국경 지역의 온라인 사기 조직을 집중 단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약 10만명이 범죄에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탓차이 피타니라붓 태국 경찰 온라인사기범죄센터장은 “수주간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미야와디 지역에서 사기 조직이 여전히 활발히 운영 중”이라며 “조직을 운영하는 핵심 범죄자 약 3700명 외에도 5만~10만명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태국과 중국 당국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러한 수치를 제시하며, 현재까지의 단속이 미야와디 내 수많은 사기 작업장 중 일부에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야와디는 태국 서부 딱주와 맞닿은 미얀마 국경도시로 중국계 온라인 사기 조직의 주요 근거지로 알려져 있다. 범죄 조직들은 취업 사기와 인신매매를 통해 사람들을 모집한 후 감금해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등 각종 불법 행위에 동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부터 태국 정부가 미얀마 당국과 협력해 대대적 단속을 벌인 결과 미얀마 사기 조직에서 일하던 외국인 5200여명이 구출됐으며, 이 가운데 3500여명은 태국을 거쳐 본국으로 송환됐다.

특히 태국 정부는 지난 1월초 중국 배우 왕싱이 태국에서 납치돼 미얀마로 끌려가는 사건이 발생한 뒤 중국인 관광객 감소 우려와 함께 미얀마 온라인 사기 조직에 대한 대응을 강화했다.

왕싱은 지난 1월 3일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해 태국 방콕에 도착했고, 같은 날 오후 미얀마 접경 지역인 태국 북서부 매솟에서 연락이 끊겼다가 사흘만에 풀려났다.

태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왕싱은 한 영화에 캐스팅돼 영화 촬영을 위해 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에게 연락을 취한 곳은 유령 엔터테인먼트사로 사기 범죄조직이 그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됐다.

타차이 피타넬라부트 태국 경찰청장은 “왕싱은 인신매매 피해자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왕싱은 ‘국경을 넘은 후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미얀마로 건너간 후 중국인을 대상으로 사기성 문자를 발송하는 법을 2~3일간 배웠고, 음성 통화나 대화 훈련은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려가 커지면서 태국 정부는 지난달 5일부터는 미야와디, 타칠레익 등 미얀마 국경 도시 5곳에 대한 전기·인터넷 차단 및 연료 공급 중단 조치를 단행했고, 이로인해 미얀마 내 온라인 사기 피해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정부에 따르면 강경 대응 조치가 시행된 이후 지난 40일간 보고된 온라인 사기 피해 건수는 2만5487건으로 1월 한 달간 집계된 3만1159건보다 5000건 이상 감소했다. 특히 보이스피싱 등 전화 사기 피해 신고는 무려 67%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쁘라슷 짠톤루앙텅 태국 부총리 겸 디지털경제사회부 장관은 “2월 한 달간 온라인 사기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금액이 1월보다 약 2억밧(약 86억원) 줄었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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